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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예루살렘’ 헛발질 틈 타 푸틴 중동지역 러시아 영향력 확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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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7. 12. 12. 14:56

Turkey Russia <YONHAP NO-1516> (AP)
사진출처=/AP, 연합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면서 중동 정세가 혼란해진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동 지역 순방에 나섰다. 이번 순방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리아와 이집트를 방문한 뒤 곧바로 터키의 수도 앙카라로 향했다. 푸틴의 이번 중동 순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교 3대 성지 중 하나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유럽과 중동의 반발을 사고 있는 틈을 타 이뤄진 것이다. 미국이 시리아 등 중동 분쟁에 개입을 주저하는 틈을 타 러시아가 이집트 등과 소원했던 관계를 재건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우선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 공군 기지를 방문해 그곳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환대를 받았다. 그는 이곳에서 연설을 갖고 “2년간 러시아군은 시리아군과 함께 전투력 강한 국제적 테러리스트들을 궤멸시켜 왔다”면서 “이제 시라아에 파견된 러시아 군의 ‘상당수’는 러시아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상당수’가 얼마만큼을 가리키는 것이며 정확히 돌아가는 시점은 언제가 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푸틴의 러시아군 철수 발언이 러시아의 파워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러시아의 행보에 협조를 꺼리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압박 카드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어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찾은 푸틴 대통령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 일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여러가지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2015년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벌어진 러시아 여객기 폭파 테러 이후 중단된 바 있는 이집트로의 항공기 직항편 운항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그들은 러시아원자력공사(로스아톰)가 300억 달러(약 32조 7000억 원) 규모의 이집트 최초의 ‘엘다바아’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계약에 양국이 서명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는 원전 건설비의 85%를 차관형식으로 이집트에 지원할 계획이다. 그밖에 이-팔 분쟁과 시리아 내전, 리비아 사태 등 현안에서의 양국간 공조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방문을 마치자마자 곧장 터키로 날아간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의 내전 사태와 관련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푸틴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동한 것은 올해만 벌써 8번째다. 두 정상은 최근 거의 2주에 1번 꼴로 만나왔다. 양국 정상은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으로 인한 정세 악화와 시리아 내 IS 격퇴전 등 중동 지역의 각종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과 관련해 “러시아와 터키는 미 행정부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과 미 대사관 이전 결정이 중동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는 러시아제 첨단 방공 미사일 시스템인 S-400 공중 유도탄 방어 체계를 터키에 판매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주 내로 러시아와 S-400 매입과 관련해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대선에서 4선 연임을 노리는 푸틴은 이같은 광폭 중동 행보를 통해 중동 내 러시아의 입지를 굳히는 한편 자국에 글로벌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NYT는 분석했다. 푸틴은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최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푸틴은 기록적인 투표율과 지지율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러시아 언론들은 설명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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