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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故 구본무 회장 타계 1년, 그가 남긴 유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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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19. 05. 21. 06:00

안소연
산업부 안소연 기자
고(故) 구본무 회장의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LG는 매년 우수 연구개발(R&D) 석·박사 인재 확보를 위해 ‘LG 테크 콘퍼런스’를 진행한다. 2013년의 일이다. 구 회장은 테크 콘퍼런스 행사 자리에서 대학원생들과 ‘다음에 다시 한 번 자리를 만들겠다’고 식사 일정을 약속했다. 같은해 5월 구 회장이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가게 되면서 일정이 겹쳤지만, 구 회장은 이틀에 걸친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귀국해 이들을 만났다. 당시 구 회장은 “신용을 쌓는 데는 평생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피곤했지만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어젯 밤에 귀국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서 마주친 대학원생들을 대하는 구 회장의 방식이었다. 구 회장은 늘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구 회장이 타계한지 20일로 1주기를 맞았다. 지난해 구 회장이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그래도 아직 나이가 젊은 편(당시 73세)’이라고 생각하며 예의주시했다. 그러나 구 회장은 연명치료를 하지 않았고 장례식도 비공개 수목장으로 진행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추도식 역시 30분간 짧고 조용했다.

최근의 기업 상황을 보면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들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우리나라 경제는 사실 기업들이 주도해 일으켰음에도 추앙받는 기업인들은 많지 않다.
이는 몇 기업인들이 개인사와 불법 행위로 스스로 명예훼손을 일삼고, 선대가 이뤄 놓은 업적을 마치 본인의 공처럼 착각해 주변에 안하무인으로 행동한 결과물이다.

LG그룹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LG 의인상’을 제정해 사회에 보탬이 된 인물들을 치하하거나,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사업부에도 “끈질기게 해보라”며 임직원들을 다독이는 인물이 총수라면 국민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인간미를 갖춘 기업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비단 기자만의 소망일까. 적어도 선대 기업인들이 이뤄 놓은 공에 누가 되지 않으려면 주변인들을 포함한 국민들을 우리의 소비자 혹은 예비 직원, 직원 가족처럼 생각하며 대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민의 시선과 경영 결과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지난해 구 회장 타계 시 하나같이 애도를 표했던 재계다. 그가 남긴 유산을 곱씹길 기대한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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