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남북 협력 시사
전략무기 과시하면서도 미국 위협 안해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 상황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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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남측 공무원 피격 사건 후 첫 육성 “사랑하는 남녘 동포”
김 위원장은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을 통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 빨리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당장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전되면 남북 간 대화를 통해 관계 회복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로 읽힌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열병식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대남 메시지가 나왔고, 김 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전했다는 것은 남북 관계 복원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미 대선 이후 상황을 봐가면서 남북, 북·미 대화나 협상에 나서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11축 22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 실린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북극성-4호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보란듯이 공개하면서도 미국과 핵무장에 대한 언급은 노골적으로 하지 않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자위적 정당방위수단으로서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북한의 군사적 능력이 선제 공격이 아닌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인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노골적으로 핵무기 위협을 드러냈던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에서는 핵무력 증강을 그다지 내세우기 않고, 선제공격이 아닌 자위적 정당방위를 강조한 것은, 앞으로 남·북·미 관계를 고려해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북한, 수위 조절 통해 상황 악화 방지”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군사적 발언 수위 조절을 통해 한반도 정세 관리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남·북·미 관계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신뢰 속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 중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남측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군사 발언 관련)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고 절제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김 위원장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무기를 선보였고 핵 억제력 지속 강화를 언급한 만큼 북한 비핵화는 ‘꿈도 꾸지 말아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