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조동근 칼럼] 민생안정의 핵심은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3.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10501000274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1. 05. 17:36

조동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한국갤럽 10월 4주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비율은 58%다. 부정평가 요인은 '경제·민생·물가'에 대한 불만이 23%로 1위이며,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독단적·일방적' 국정운영은 9%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1일 '민생 타운홀' 방식으로 다양한 계층의 시민과 소통을 시도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고뇌를 솔직히 고백했다. 결국은 돈이 드는데 불요불급한 쪽을 줄여 다른 쪽으로 물꼬를 트면 혜택을 받아오던 사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재정을 풀면 물가가 뛰고 계층 간 '이해충돌'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돈을 푼다고 민생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과잉이 서민을 죽일 수 있다'는 그의 인식은 적확(的確)하다.

민생이 먹고사는 문제라면 민생의 핵심은 '일자리'다.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 경제 선(善)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민생 현장 곳곳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9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64.6%가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매출 500대 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문전옥답이다. 문전옥답이 황폐화된 데에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전투적 노조'의 리스크가 그 근저에 깔려 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유연성은 141개국 중 97위, OECD 36개국에서는 34위로 최하위권이다. 노동개혁은 당위이며,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윤석열 정부도 이를 의식해 노동개혁을 교육개혁·연금개혁과 함께 3대 개혁과제로 천명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권 초기임에도 개혁동력이 약해진 상황.
그나마 성과를 냈다면, 노조 회계 투명성 부분에서 노조 조합비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는 길을 막은 정도다. 경직적 '주 52시간 근로시간' 개편의 경우 근로시간을 측정하는 기간을 넓혀 작업이 몰릴 때 '초과근로의 가능성'을 열어놓아 '방향성'에선 맞았지만 '과로사회'로 끌고 가는 것처럼 대중에 비춰지면서 개혁의 탄력을 잃었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노사관계에서 '무기대등의 원칙(equal footing)'은 양보할 수 없는 철칙이다. 노조의 파업권이 인정된다면, 사측의 조업권도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노조 파업 시 대체인력으로 공장을 가동할 방법이 막혀 있다. 임시 인력이나 하도급 등 회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은 인력의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는 노조법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기업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축소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용자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하고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켜 양질의 일자리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다.

세계경제는 고금리·고달러·고유가로 미증유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모아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 포스팅에서, "올해 우리 경제는 1%대의 성장률에 그치면서 일본의 경제성장률에 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일본보다 경제성장률이 뒤지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외에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의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이 일본을 추월했고, 명목소득도 추월을 앞두고 있었는데 격차가 거꾸로 더 벌어지게 됐다"고 했다. '우리 정치와 외교전략'이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 그렇다고 진단하고 있다.

딸랑 한 해의 한·일 간 예상 성장률 비교로써 우리 경제에 비관적 전망을 내리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기저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주지하다시피 장기간 저성장을 겪었다. 따라서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서 한국보다 유리하다. 반면 한국은 성장률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경제침체 시 '역(逆)기저효과'에 걸릴 수 있다. 분모에 이미 높은 숫자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수치 해석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이 말하는 '우리 경제의 발목 잡았다는 외교전략'의 실패는 짐작되고 남는다. 대한민국은 이념적으로 그리고 경제 실리적으로 북·중·러 대륙세력이 아닌 한·미·일 해양세력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중국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민생 안정에 왕도는 없다. 일자리 창출이 민생이다. 경제는 심리이기에 민생 안정을 위해서라도 '경제에 실패한 문재인'은 정치적 교란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