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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잘살아보세” 외친 새마을운동의 정책적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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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11. 13. 18:38

김이석 논설실장
논설심의실장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잘살아보세"를 외친 새마을운동의 성과에 대한 언급을 부쩍 많이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44기 추도식, 그리고 지난 2일 대전에서 열린 '제1회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 지난 7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환담, 그리고 지난 1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 등에서 윤 대통령은 거듭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그의 치적과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부각시켰다.

새마을운동은 1960년대 농한기를 노름으로 보내던 농촌 주민들 마음속에 "잘살아보자"는 의욕을 불 질러 주민들이 새마을사업에 바쁘도록 변모시켰다. 새마을운동은 "사회와 인간을 개조하려는 박정희 대통령의 사회공학"이었다는 것이다(이영훈, 한국경제사 II, 482쪽). 이런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현대에 맞게 되살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럴 듯하지만, 1960년대 우리나라는 최빈국에 속했고 북한에 비해서도 1인당 소득이 낮은 것으로 추계될 정도였음을 상기할 때, 이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에 "잘살자"와 같은 열망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는 대답이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런 대답을 모색하기 위해서도 새마을운동의 전개과정과 왜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연구들을 뒤져보는 것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연구에서 제기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과연 1960년대 농촌 새마을운동이 21세기 지역개발 프로그램으로서 적실성이 있는가?" 새마을운동 가운데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무엇이 현재 개발도상국에도 적용가능한가?" (김이석, 새마을 운동: 엄청난 '절반'의 성공 스토리, 최광 편, 기적의 한국경제 70년사)

새마을운동은 1970년 겨울 농한기에 전국 3만3000여 마을에 시멘트 335포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시멘트 용도는 마을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41억원어치의 시멘트를 나눠줬는데 마을주민들이 그 2배인 81억원어치의 현금과 토지를 내놓거나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런 폭발적 반응에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9월 새마을운동 추진을 천명했다. 새마을운동은 농촌을 완전히 변모시켰다. 10여 년이 되지 않아서 호롱불을 켜던 대부분의 농가에 전기가 들어오고 전화가 가설되었을 뿐만 아니라 마을길이 넓혀졌고 급수시설과 공동작업장이 만들어졌다.
정부의 자극과 지원이 '잘살아보자'는 열망을 일깨운 것은 사실이지만, 주목할 부분은 주민들의 뜨거운 참여다. 실제로 1971~1978년 사이 새마을운동에 투하된 총자본액(경상가격 기준) 약 2조원 가운데 정부는 28% 정도를, 그리고 주민들이 약 72% 정도를 냈다고 추정된다. 또 흥미롭게도 시·군이 낸 돈이 정부 전체가 낸 돈의 약 56%로 중앙정부가 낸 돈보다 많다(황인정, 한국의 종합농촌개발, 44쪽). 그래서 새마을운동을 단순히 "관주도 주민 강제동원"으로 볼 수 없다.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들에서 보듯이 정부의 재정지원 정책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는 등 부정적 효과를 낼 때가 많다. 그런데 왜 새마을운동은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았을까? 정부의 차별화 정책이 효력을 발휘했다는 경제학적 분석이 매우 흥미롭다(좌승희, 신국부론). 당시 정부는 자립마을, 자조마을, 기초마을로 분류해서 각종 지원을 차별화했다. 한마디로 시멘트 이용실적이 부진한 마을은 지원에서 배제했는데 지원을 받지 못한 마을들은 여기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순전히 자신들만의 재원으로 새마을사업을 착수하기도 했다.

이것이 주는 교훈은 비교적 명백하다. 혁신 경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정부가 지원하는 경우에 성공한 사례에는 지원을 지속하고, 실패한 경우에는 지원을 끊으라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에서 배우는 교훈은 정부가 아니라 각종 경제주체들의 가슴속에 자립의 의지와 열정이 넘치도록 해야 큰 성공을 거둔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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