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회장 선거 금지 인용, 다시 혼돈 속으로

법원, 선거 금지 가처분 인용
허정무 후보 주장 대부분 받아들여
8일 예정된 회장 선거 잠정 연기

허정무 후보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로 예정됐던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7일 허정무 후보가 (사)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며 "오는 8일 예정된 회장 선거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 후보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가 불공정·불투명하게 선거를 관리한다며 지난달 30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협회 선거운영위가 회장 선거를 약 한 달 앞둔 지난달 6일에서야 개정된 '회장선거관리규정'을 공개하고도 선거 관련 공고를 촉박하게 공지해 선거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인단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허 후보는 "선거인단 명부 작성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채 선거인단 추첨을 마치고, 규정에서 정한 194명보다 21명이나 부족한 173명으로 구성했다"며 "배제된 대다수가 현장의 감독(1명)과 선수(17명)라는 점에서 특정 직군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허 후보의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법원은 선거인단 대다수가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추첨 절차를 통해 구성됐다고 지적하며 선거 관리·운영회 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아 위원회가 정관 및 선거관리 규정에 부합하게 구성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깜깜이 선거'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선거에는 현 회장인 정몽규 후보와 허정무 전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출마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법원의 인용 결정 후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일이 잠정 연기됨을 알려드리며 추후 일정이 수립되는 대로 공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해 종합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