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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베네수엘라...식량난으로 슈퍼마켓 약탈, 쓰레기통까지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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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6. 06. 20. 11:52

Venezuela Undone - Trash Pickers <YONHAP NO-4135> (AP)
지난 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서 한 남자가 슈퍼마켓 밖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져 찾아낸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출처=/AP, 연합
“지난 2주간 50회 이상의 식량 폭동, 시위, 대량 약탈이 전국에서 발생했다. 많은 가게들이 털리고 파괴됐으며 최소 5명이 사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심각한 식량난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등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면서 미국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사회 갈등 관측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일어난 시위는 무려 2138건에 이르며, 시위 대부분은 식량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NYT는 식료품 배송을 맡은 트럭이 계속해서 굶주린 주민들에게 습격 당하자 이제는 무장한 가드가 수송에 동행하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또한 군인은 빵집을 지키고 경찰은 고무총으로 식품점을 터는 강도를 제압하고 있다. 한 4세 소녀는 음식을 가지고 있다가 길거리에서 강도의 총을 맞아 숨지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인들은 대부분 하루에 한끼를 겨우 먹으며 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수도 카라카스의 시장이 “시민들이 배를 채우려 광장에서 개와 고양이를 사냥하고 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을 정도다.

베네수엘라의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 쿠마나에서는 시민들이 음식을 달라고 울부짖으며 슈퍼마켓으로 진격해 철문을 부수고 들어가 물, 밀가루, 옥수수, 감자 등을 강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주 쿠마나에서는 하룻동안에 22개 가게가 습격당했다. 19세의 쿠마나 주민 라르벨리스 엔리케는 빵을 사기 위해 하루종일 줄을 서며 기다려야 했다면서 “식량이 없다면 폭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태다. 베네수엘라의 ‘사회적 분석과 기록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월급의 72%를 음식을 구매하는데 쓰고 있다.

19일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율이 최대 720%까지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8%의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경제를 원유 수출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던 베네수엘라는 최근 세계적인 유가 폭락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또한 우고 차베즈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진 경제 정책 실패도 이번 경제 위기의 원인이다. 차베스 정권은 1998년 집권해 석유회사들을 국유화하고 선심성 빈민 지원 정책 남발로 정부 재원을 고갈시켰다. 그간 외화 수입에만 의존해 성장했기 때문에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국내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자 제대로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정부가 외환 환율과 가격 통제권을 쥐고 있어 사기업들은 필요한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월에는 코카콜라가 설탕 부족으로 베네수엘라의 병입(甁入) 공장 2군데의 문을 닫았다. 베네수엘라의 최대 규모 맥주회사인 코르베세리아 폴라도 보리를 수입할 돈이 없어 맥주 생산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경제위기로 인한 지지율 하락으로 현재 실각의 위기에 처해있다. 야권 지도자인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한 국민투표를 통과시키기 위해 남미 일대를 돌며 지지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마두로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를 대비해 야당 관계자들과 차관협약을 이행할 것을 확인하는 협상을 가졌다고 19일 보도했다. FT는 이를 두고 “마두로 대통령의 입지가 불안하며 야권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중국이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디언은 길거리에 나와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대통령의 실각은 정치적 문제일 뿐이라고 전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 신문가판대를 운영하는 말렌 피네다는 “대통령이 누가 되든 관심 없다”면서 “우리가 원하는건 그저 음식이다”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피네다의 이 말이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쁜 베네수엘라인 대부분이 가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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