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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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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준 기자

승인 : 2020. 08. 03. 11:23

허경준
사회부 허경준 기자
‘경찰공화국’ 탄생의 서곡이 울렸다. 당정청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정보경찰마저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명실상부한 수사·대공·정보를 모두 틀어쥔 공룡 경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2만 명의 거대 권력기관이 된 경찰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경찰 스스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사와 정보, 행정이 분리되지 않은 경찰은 정권의 ‘예스맨’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수사는 사건이 발생한 뒤 벌이는 ‘사후 수사’와 사건이 벌어지기 전 선제적 조처를 하는 ‘인지 수사’로 나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지 수사는 범죄 첩보나 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 경찰의 정보는 수사 첩보 기능보다는 국회·관공서·기업 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보’라는 미명 하에 속칭 ‘지라시’ 형식으로 상부에 보고하는 형태를 띤다. 전국 각지에서 취합된 정보는 취사 선택돼 청와대 등 상급 기관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보는 수사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능이지만, 오염되고 가공될 우려가 있어 독립된 기관으로 분리·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

경찰의 수사는 또 어떠한가. 강력·지능·경제 범죄 등으로 나눠진 복잡한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경찰은 법률가도, 수사 전문가도 아니다. 더욱이 경찰 내부에서 진행하는 ‘수사경과(분과)’ 시험을 통과한 검증된 이들만 수사관으로 근무 중인 것도 아니다. 현재 수사부서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경위 계급 이상의 ‘사법경찰관’들 대다수는 이른바 ‘수사 면허’가 없다. 향후 수사 비전문가들의 인권침해 우려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분명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오랜 세월 지속된 정치검찰의 권한 남용과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경찰 권력을 무조건 비대화시켜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것은 정책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경찰은 분명 과거와 달리 선진 수사 시스템을 구축해 과학적이고 명징한 단서를 쫓아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의 감시·통제가 없다면, 34년 전 발생해 최근에서야 종결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희대의 범인·증거 조작 사건의 주인공이 당신이 될 수도 있다.
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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