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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관중에 후추 스프레이 뿌려” 이란 월드컵 경기에 여성 입장 불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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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2. 03. 31. 13:52

이란 축구
지난 29일(현지시간) 이란 마슈하드에서 치러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이란-레바논 전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여성들이 항의하고 있다./사진=트위터 갈무리
이란이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경기에 여성 관중의 입장을 불허하고 항의하는 여성들을 강압적으로 진압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중동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전날 마슈하드에서 치러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이란-레바논전 경기 당시 정당하게 구매한 티켓을 들고 입장하려는 여성들을 경찰이 막아서는 일이 벌어졌다. 현지 반관영 ISNA 통신에 따르면 이번 경기 티켓은 인터넷에서 1만2500장이 판매됐고 이 가운데 2000장은 여성에게 판매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여성 관중들이 경기장 밖에 모여 항의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반대에 반대한다”고 외치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탈레반을 당국에 빗대 비난했다.

한 여성은 “어제 인터넷에서 겨우 티켓을 구했고, 휴가까지 내서 왔지만 여기 온 여자들은 모두 경기를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현지 언론인은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은 여학생들을 학교에서 내쫓았고, 마슈하드는 경기장에서 여성 관중을 내쫓았다”고 표현했다.
시위 도중 일부 여성들이 후추 스프레이를 맞고 눈물을 흘리며 기침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알자지라는 후추 스프레이를 뿌린 세력이나 인물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논란이 일자 모센 다바리 마슈하드 주지사는 국영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이 경기장 안에서 관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전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여성 관중 입장 불허 결정을 내린 주체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당시 현장에서도 경기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란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규탄하며 국제축구연맹(FIFA)에 당국 징계를 촉구했다. 저명한 사진기자 아라시 아슈리니아는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올해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금지 당해도 공정하다”고 비판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는 종교 율법이 엄격하게 시행되면서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이 불허돼왔다. 그러나 2019년 3월 변장을 하고 축구경기를 관람하려다 체포된 여성이 분신해 사망하면서 FIFA와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이 거세졌다. 이란은 같은해 10월 아자디스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이란-캄보디아전에 이란 여성의 입장을 처음 허용했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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