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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보편적 기본 서비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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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11. 12. 18:10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논설고문
정치는 본래 공익의 증진을 통해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일이다. 정치는 개인이나 정파의 사적 이익을 도모하거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바른 정치는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우리의 정치가 비난을 받는 것은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민생, 빈부 격차, 저성장, 실업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건설적인 방안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대신 정파적 이익을 위한 이전투구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바른 정치는 공익 또는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치로서 그 최고의 과제는 국민을 고루 잘살게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국민을 고루 잘살게 하는 일은 국민들의 수입과 소비에서 차이를 인정하되 국민 모두가 적어도 삶에 필수적인 기본 서비스를 큰 부담이 없이 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하는 일이다.

보편적 기본 서비스는 보편적 기본 소득과는 다르다. 보편적 기본 소득은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현금을 주는 것이기에 그 실현이 어렵다. 대신 보편적 기본 서비스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 즉 현물을 주는 것이기에 그 실현이 어렵지 않다. 보편적 기본 서비스로서는 크게 다음의 여섯 가지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첫째 의료 서비스, 둘째 교육 서비스, 셋째 주거 서비스, 넷째 돌봄 서비스, 다섯째 교통 서비스, 여섯째 정보통신 서비스다. 적어도 이들 서비스의 이용에서 그 이용자가 큰 부담을 지지 않아야 한다.

이 가운데 의료 서비스는 우리의 우수한 의료보험제도에 의해, 교육 서비스는 고등학교까지의 의무 교육에 의해 비교적 잘 충족되고 있다. 다만 교육 서비스는 대학의 학비도 세금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하되 대학 교육은 자격시험을 통과한 자들에게만 부여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고등 교육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지만 모두가 고등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중등 교육에서 공교육을 강화하여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교육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모든 성인은 자신만의 주거 공간을 제공받아야 한다. 국가는 이를 위해 값싼 임대 주택 등을 많이 마련하고 해당자 모두에게 제공해야 한다. 성인남녀가 결혼이나 동거로 가정을 꾸리는 경우에는 그에 적정한 규모의 주거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돌봄 서비스는 어린이와 노인의 돌봄 서비스로 나눌 수 있는데 어린이 돌봄 서비스는 오늘날 대세인 맞벌이 부부에게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다. 스스로 생활이 불가능한 노인들을 돌보는 서비스 또한 세태의 변화와 인구의 고령화로 오늘날은 국가가 떠맡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 개혁과 주거 및 돌봄 서비스는 인구 감소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은 경제 활동과 사회생활을 위해서 이동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동에 필요한 대중교통 수단을 확충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이가 값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에 국가는 대중교통비를 최대한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 정보통신은 경제 활동과 사회생활, 개인의 정신 건강 등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다. 따라서 국가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촘촘히 구축하여 정보의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편적 서비스의 기반을 갖추고 모든 이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

이 외에도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좋은 기업들의 성장의 과실을 더 많은 국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미국처럼 직장인 봉급의 일정 비율을 주식에 투자하는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식 거래에서의 전산화 등 공매도의 엄격한 규정을 마련하고, 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무차입 거래나 업틱룰 위반 등 불법적인 공매도에 대해서는 가혹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거액의 자금을 이용한 기관들의 탈법적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을 강탈하는 짓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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