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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나 영토를 우리 땅으로”, 베네수엘라 국민투표 95%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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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3. 12. 04. 16:04

자국민에 대규모 유전 '과야나 에세키바' 편입 찬반 물어
국제법상 효력은 없어, 가이아나 '주권 침해' 강력 반발
Venezuela Guyana Dispute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국민투표와 관련해 연설을 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베네수엘라가 3일(현지시간) 이웃나라 가이아나 땅 '과야나 에세키바'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는 것에 대해 자국민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민투표에서 95% 이상이 과야나 에세키바에 새로운 주를 신설하고 해당 지역 주민에게 베네수엘라 시민권을 주는 데 찬성했다고 밝혔다. 과야나 에세키바는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500㎢ 면적의 땅과 그 유역을 말한다. 이 지역에는 금, 다이아몬드 등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가 자국에서 에세퀴보라고 부르는 이곳을 "역사적으로 우리 땅"이라고 주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베네수엘라의 영유권 주장은 지난 2015년 과야나 에세키바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서 집요해진 측면이 있다.

가이아나의 반발 속에 강행된 이번 투표는 새로운 주 신설 문제를 포함해 1899년 중재판정 거부, 1966년 제네바 협약 지지, 영토 획정 관련 가이아나 주장 거부,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 관할권 반대 등 5개 항목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 항목들에 대해 베네수엘라 국민 대다수가 '예'라고 답했다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다. 선관위는 투표에서 1050만명이 찬성했다고 밝혔으나 총 투표자수는 밝히지 않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투표 결과에 대해 "베네수엘라와 민주주의를 위한 완벽한 승리"라고 주장했다.

자국민 대상 투표에서 일방적인 결과가 예상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외신들은 이날 투표소 현장의 모습을 전하며 선관위의 발표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선관위는 이날 투표자들이 많이 몰렸다는 이유로 예정보다 투표 시간을 2시간 연장했지만, 로이터통신은 "취재진이 찾은 투표소에서는 줄을 서는 사람이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국민투표는 일단 국제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으며, 당국이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ICJ는 앞서 가이아나 주권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자제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베네수엘라 야당과 시민단체는 내년 대선에서 3선을 노리는 마두로 대통령이 민족주의를 불러 일으키고 공정선거에 대한 국내외 요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국민투표를 밀어붙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이아나는 국토 면적(21만㎢)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과야나 에세키바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편입 시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이아나의 인구는 80만명에 불과하며 과야나 에세키바에는 12만5000여명이 사는 것으로 파악된다. 베네수엘라 인구는 2800만명이다.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국경 지대 안전을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가이아나와 모두 국경을 맞댄 브라질 정부는 앞서 "국경 지역에서의 국방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 G1이 보도했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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