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최신일 칼럼] 미얀마 내전, 어디로 가고 있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109010005600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1. 09. 17:53

최신일11
정치외교학 박사·前 주(駐)미얀마 국방무관
아웅산 수치의 민주민족연맹(NLD)이 2020년 말 미얀마 총선에서 압승을 했지만 여기에 불복하여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땃마도)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거의 만 3년이 되었다.

지난 3년간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던 수천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정부군과 저항세력 간 충돌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얀마 국내의 정치·사회적 불안이 심화되었고 아시아의 대표적 빈국이던 미얀마의 경제는 더욱 피폐해졌다.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외국의 투자와 무역이 급감하여 미얀마 군정은 만성적인 외화부족과 전례 없는 전력(電力) 및 유류 부족을 겪고 있다.

수십만 명의 난민이 국경지방과 주변국을 떠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얀마가 실패국가(failed state)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쿠데타 이후 유지되고 있던 정부군 우위의 미얀마 내전 상황이 최근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경지역 일대에서 활동 중인 소수민족 무장단체(EAO)들 가운데 소위 '삼형제동맹(3 Brotherhood Alliances)', 즉 아라칸군(AA),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 따앙민족해방군(TNLA)은 지난해 10월 27일 군정 타도를 목표로 중국과 인접한 샨주 일대에서 정부군에 합동공격을 시작했다.
이후 여타 EAO들과, 전국 각 지역에 거점을 두고 저항활동을 하는 시민군(市民軍)들도 정부군에 대한 공격 대열에 합류했다. '삼형제동맹'은 금번 '1027 작전'으로 중국과의 육상무역의 요충지 2개소를 포함해 약 20개 타운십과 300여 개 기지를 점령했고, 정부군 가운데 최소 2개 대대가 투항하는 등 미얀마 내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반군의 거센 공세로 수세에 몰린 군정은 중국에 '삼형제동맹'이 공격을 중단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중국의 중재로 지난해 12월 11일 정부군과 '삼형제동맹' 간 평화회담이 개최되어 양측은 임시휴전에 합의했다.

휴전의 구체적인 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양측은 언제든지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 국경이나 지방지역은 이미 저항세력이 득세한 곳이 많지만, 그동안 양곤·네삐도 등 대도시 지역은 정부군이 통제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동향을 종합해 보면 2~3개월 이내에 양곤 등 대도시 지역에서도 시민군들이 정부군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징후가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어, 내전의 양상이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시점에서 미얀마 사태의 향후 전개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변수에 따른 여러 예상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고려할 변수는 중국의 태도와 역할이다. 중국은 미얀마의 독립 후 현재까지 미얀마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이웃국가다. 양국관계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부침은 있었지만, 지난 수십 년간 '빠욱포'(친족관계)라는 특수한 우호관계를 맺어왔다.

한편 중국은 오래전부터 당정분리를 내세워 투 트랙으로 미얀마 국경지역에서 활동하는 EAO들에게 무기 공급을 통해 미얀마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아웅산 수치 정권(2015~2020년) 시절 미얀마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적극 협력하는 등 중국과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쿠데타 이후 군정은 러시아에 밀착하는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에 중국의 심기를 불편케 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미얀마-중국 국경지역에서 발생한 사이버 사기범죄 문제는 중국으로 하여금 미얀마 군정을 불신하게 만들었다. 사실 지난 10월 말 정부군에 대한 '3형제동맹'의 대대적인 공세도 군정에 대한 불만을 가진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현 상황에서 중국이 미얀마 군정을 계속 지지할 것인지는 군정이 미얀마에서 중국의 중요한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중요 이익은 미얀마 서부 해안도시 짜욱퓨에서 중국 운남성에 이르는 가스·원유 파이프라인 보호 및 미얀마-중국 국경무역의 유지이다. 그런데 중국은 지난 '1027작전'이 개시된 이래 위의 두 가지 중요 이익이 상당부분 손상되었고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향후 군부가 중국의 중요자산 보호에 실패한다면 중국-미얀마 관계는 '재앙적'이 될 것이며, 군부 정권의 유지에 심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다음 변수는 국민통합정부(NUG)의 역량과 국제사회의 지원 여부다. 군부 저항세력의 두 축 중 하나인 시민군은 전국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조직되어 활동하는 중이다. 과연 NUG가 각 시민군들을 조직적으로 통제하고 협조된 작전을 지휘하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향후 내전의 전개에 중요한 포인트다. 또한 현재 시민군들은 주로 해외근로자들이 보내주는 군자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있는데, NUG가 국제사회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아 지지와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내전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요컨대 미얀마의 내전이 격화되고 장기화되면 실패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지역 및 국제사회의 안정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이전에 UN, ASEAN 등 국제사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분쟁 당사자들을 중재하고,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응하면서, 포스트 군정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계획을 마련하여 대비해야 한다. 물론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과 함께 '한·아세안 연대구상'의 구현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우리 정부도 이런 노력에 동참하는 것을 넘어 이를 주도적으로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신일 정치외교학 박사· 前 주(駐)미얀마 국방무관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