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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관계 산적…푸틴 5선에 말 아낀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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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4. 03. 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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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정상회담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근 5선에 성공한 데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한국인 선교사 문제 사안이 발목을 잡아 양국 관계를 관리하려는 일종의 '포석'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최근 선거에 대한 언급은 삼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방 정부들은 이번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는 비판 입장을 밝혔다"는 취재진의 지적에도 "언급을 삼가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답을 일축했다.

정부 스탠스와 달리 서방 국가들은 이번 대선을 두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번 선거가 "매우 제약된 환경에서 치러졌다"고 비판했고,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선거는 자유롭고 다원적인 민주주의 선거의 조건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태도가 한국인 선교사 백씨 문제 등 산적한 사안 때문에 발복이 잡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러시아 정부 당국은 한국인 선교사 백모씨를 간첩죄로 체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상황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국가보안 당국과 일정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분분한 상황이다. 실제로 백 씨가 붙잡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는 북한, 중국 러시아와 연결된 접경지인 만큼, 세계 각국 정보원들의 집결지기도 하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그런 부분은 언급할 사안은 아닌거 같다"라며 답을 일축했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며 "과거 러시아는 우리측에 대의적인 차원에서 사안들을 암묵적으로 넘겨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북한 간 밀접한 관계가 심화됨에 따라, 이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백 씨 선교사 체포 시점이 지난 1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우크라 전쟁의 전면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발언 시점에 러시아 당국이 체포를 감행했기 때문에, 일종의 '보복성'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당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무모한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하고 싶다"며 "우리에 대한 비난은 근거도 없고 입증도 되지 않는 불법"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해온 점령지(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에서도 투표가 시행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 및 독립은 존중돼야 한다"는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향후 푸틴 5선 축전 여부는 검토중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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