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문화人]장애인 사물놀이패 ‘땀띠’ “컨테이너서 땀띠 나게 연습”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512010004675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5. 16. 08:43

20주년 맞아 이달 31일~6월 2일 국립극장서 기념공연
땀띠 국립극장
중증 장애를 가진 4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사물놀이패 '땀띠'의 공연 모습. /국립극장
"한여름에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합숙하며 연습했는데 모두에게 땀띠가 생겨 팀 이름을 '땀띠'로 지었죠."

중증 장애를 가진 4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사물놀이패 '땀띠'의 멤버 이석현 씨는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창단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땀띠'는 2003년 자폐성 장애를 가진 고태욱·박준호 씨와 뇌병변장애인 이석현 씨, 지적장애인 조형곤 씨 등 4명이 장애인 음악치료 프로그램 일환으로 모였다가 시작한 음악단체다.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아 '땀띠 날다 20년'이라는 제목으로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신체적 한계 탓에 정교한 연주가 필요한 관악기나 건반악기 대신 타악기 위주인 사물놀이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땀띠에서 꾕과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석현 씨는 "초기엔 악보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선생님들이 연주를 해주면 그걸 그대로 외워서 연주했다"면서 "하나의 곡을 익히는데 비장애인보다 5배의 시간이 걸렸다"고 돌아봤다.
2004년 전국장애인풍물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자신감을 얻은 '땀띠' 멤버들은 설장구와 봉산탈춤, 이매춤, 열두발상모놀음 등을 익히며 본격적인 사물놀이패 활동을 이어갔다. 음악치료로 끝날 줄 알았던 땀띠가 1년 만에 제대로 된 사물놀이패로 거듭난 것은 이들 멤버들이 흘린 땀의 성과였다. 이후 꾸준한 노력 덕분에 이제는 멤버 한 명당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10여 가지에 달한다.

땀띠는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창작 국악곡 5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했으며 같은 해 일본 동경예대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이들은 창작 음반 발매 후 전통국악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악기 연주를 통해 음악의 장을 넓혀가게 됐다. 이석현 씨는 "다양한 악기에 국악 리듬을 첨가해 우리만의 음악적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각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만나 연주를 하고 있는 이들은 20년 동안이나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자율성'을 꼽았다. 이석현 씨는 "서로의 일과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면서도 공연과 연습 시간이 정해지면 멤버들 모두 잘 지키려고 한다"면서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 그 안에 땀띠 활동을 녹여낸 것이 꾸준함의 비결"이라고 전했다.

땀띠 멤버들은 처음 연주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연주는커녕 멤버간 소통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연주단 이름처럼 '땀띠'가 나도록 피나는 노력 끝에 2008년 장애인 국악팀으로는 유례없는 90분 단독 공연을 선보이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2013년 평창스페셜 올림픽 개막공연, 2015년 국립극장에서 월드뮤직그룹 '공명'과 협업콘서트 등을 선보이며 명실상부한 프로 연주단으로 우뚝 섰다.

이석현 씨는 "즐거운 음악을 할 때 멤버 4명의 표정이 가장 행복했고 그저 즐거운 음악을 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30주년, 4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단체로 남고 싶다"고 했다.

'땀띠' 창단 20주년 기념공연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