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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쓴 민중시인 신경림 별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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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5. 22. 13:36

민초들 애환을 질박한 생활언어로 노래해
신경림 시인 생전 모습 창비
신경림 시인 생전 모습./창비
한국 문단의 거목 신경림 시인이 22일 오전 8시 17분께 별세했다. 향년 89세.

문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암으로 투병하던 신 시인은 이날 오전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문인들은 고인과 그의 작품이 한국 문단에서 차지하는 높은 위상을 고려해 장례를 주요 문인단체들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를 계획이다.

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충주고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재학 중이던 1956년 '문학예술'지에 '갈대', '묘비' 등의 작품이 추천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에 농민들의 한과 고뇌를 담은 첫 시집 '농무'를 펴냈다.

이후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새재'(1979), '달 넘세'(1985), '민요기행 1'(1985), '남한강'(1987), '가난한 사랑노래'(1988), '민요기행 2'(1989), '길'(1990), '갈대'(1996),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99), '낙타'(2008), '사진관집 이층'(2014) 등의 시집을 냈다. '한국 현대시의 이해'(1981),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1983), '우리 시의 이해'(1986) 등 시론·평론집도 내놨다.
고인은 민초들의 슬픔과 한, 굴곡진 삶의 풍경과 애환을 질박하고 친근한 생활 언어로 노래해온 '민중적 서정시인'이었다. 문학평론가 최원식은 그를 "우리 시대의 두보(杜甫)"라고 평했다.

그의 시 '가난한 사랑노래'는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즐겨 찾는 애송시로 꼽힌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을 뜨거움 /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 중에서)

고인은 생전에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시카다상, 만해대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동국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며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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