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역주행 사고 급발진 근거, 운전자 주장 뿐”

시청 인근 인도 돌진 차량에 9명 참변
과실치사상 혐의 입건…車 국과수 감정

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2일 국화꽃이 놓여 있다.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정재훈 기자 hoon79@

지난 1일 밤 9시 27분께 무고한 9명의 시민이 역주행 차량의 의식을 잃은 돌진에 참변을 당했다. 참변 현장엔 2일 새벽부터 억수 같은 비가 내렸지만 슬픔에 잠긴 시민들의 애도 물결은 그칠 줄 몰랐다.

경찰은 이날 사망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A씨(68)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경찰은 사건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전자 A씨는 40여년 운전 경력을 가진 시내버스 기사로, 현재 경기도 안산 소재 버스회사에 소속된 된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급발진의 근거는 현재까지 피의자의 진술 뿐"이라며 "추가 확인을 위해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 차량에 가림막을 씌운 상태로 국과수로 이동시켰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이 소요된다. A씨는 음주 측정과 마약 간이검사에서도 흔적이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 1일 밤 A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은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후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애초에 부상자는 4명으로 발표됐으나 A씨가 충돌한 차량 운전자들이 추후 경상자로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