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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칼럼] 국회 연금특위, 여·야·정 협의체 구성해 ‘정부 연금개혁안’ 논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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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9. 08. 17:36

OECD서 평가한 韓연금개혁 <11>
2024081801001518300091591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정부 연금개혁안 발표 다음 날인 9월 5일, 필자가 소속된 연금연구회는 정부 개혁안이 미흡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정부 개혁안의 세 가지 원칙인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소득보장에 동의함에도 연금연구회가 비판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한 개혁이 필요하다.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해도 미적립 부채(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 대비 부족한 준비금)가 더 늘어나지 않으려면 보험료 19.8%를 걷어야 해서다. 연금제도가 수지균형을 달성한 상태에서 '보험료 1%포인트가 소득대체율 2%포인트에 상응하는 등가성'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대체율 42%의 수지균형 달성을 위해서는 보험료 20.8%를 걷어야 한다. 이미 발생한 미적립 부채(연금연구회 추정으로 1825조원)를 더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20.8% 걷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소득대체율 42%-보험료 13%'안은 매년 7.8%포인트 보험료 부족분에 달하는 부채를 추가로 발생시킨다. 재정안정 달성에 턱없이 부족하다. 70년 동안 매년 기금 운용 수익률을 1.0%포인트 더 높이고, 첫 번째 연금을 받기 시작한 이후부터 연금 지급액 연동방식을 조정해 최대 32년 기금 소진 시점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의 국민연금 투자 포트폴리오로도 3년에 한 번씩은 마이너스 수익률이 예상된다. 매년 수익률을 1.0%포인트 더 올리려면 더 자주 마이너스 수익률 발생이 불가피하다. 금융위기라도 닥친다면 상상 초월의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격적인 포트폴리오의 해외 연기금 1년 손실이 원금의 20∼30%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그런 손실을 감내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가 이런 투자 포트폴리오를 용인할지 의문스럽다!
70년 동안 매년 평균 1%포인트의 수익률을 더 높이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이는 공적연금 제도운영의 최대 위험 요인인 정치적 위험(Political Risk)을 간과한 입장이다. 예상하지 못한 사태 발발 시,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작동이 멈추게 되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뜻이다. 오랜 기간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 있던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지급되고, 기금 소진 이후 (당해 연도 연금 지출액을 당해 연도에 모두 조달하는)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이 당연하다"는 내용이 떠오른다. 이러한 낙관주의가 26년 동안 보험료를 단 1%포인트도 못 올리게 한 배경이다. 기금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희망고문'이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던 과거 행태와 유사하다고 보는 이유다.

당초 필자가 높이 평가했던 정부 자동안정장치는 소득대체율 조정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첫 연금 확정 후의 연금액 연동방식만 조정하는 이름뿐인 자동안정장치다. 지금 당장 절실하게 필요한 방식이 아니다. 대다수 OECD 회원국은 수지균형 달성상태에서의 예상과 다른 오차를 수정한다. 우리는 수지균형, 즉 보험료와 연금 급여 괴리가 턱없이 벌어진 상황임에도, 오차를 수정하는 방식을 택하려 한다. 대신 70년 동안 기금 운용 수익률을 매년 1%포인트 더 올리는 것에 의존한다. 외생적으로 결정되는 수익률 제고를 통해 재정안정 효과를 확보한다는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 정부의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조합'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정부의 '세대별 보험료 차등 부담' 제안은 적절해 보인다. 앞선 세대가 오랜 기간 방만하게 운영해 왔음을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어서다. '세대 간 갈라치기로 매도하는 집단들'과 평가가 다른 이유다. 반면에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인상'하는 안은 재고해야 한다. 저소득 노인 대상의 40만원 인상은 바람직하나, 노인 70% 모두에게 40만원 지급하는 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OECD는 우리 기초연금을 '투입 비용 대비 노인의 빈곤 완화 효과가 매우 적은 제도'로 평가한다. 이미 기초연금 수급자 3분의 1이 빈곤 노인이 아닌데도, 이들이 빈곤 노인과 똑같은 액수를 받고 있어서다.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면, 부부 20% 감액 조치에도 64만원이 지급된다. 국민연금 평균액이 65만원 수준이다 보니, 중하위 소득계층의 국민연금 가입유인 약화가 불가피하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확대를 정부가 권장하는 셈이다. 저소득 노인 위주로 인상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적은 연금 문제의 상당 부분은 이중적이고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 기인한다. 연금과 노동시장의 동시 개혁을 통해 정부가 강조한 '64세까지 의무납입연령 5세 연장'을 하루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 OECD에 따르면 의무납입연령 5년 연장이 소득대체율 13% 인상 효과가 있어서다.

실효성이 없을 지급보장조항 도입은 무책임해 보인다. 제도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해야 지급보장이 가능할 수 있어서다. 일본과 캐나다처럼 100년, 150년 지속 가능한 연금을 구축하는 것이 제대로 된 지급보장이다. 지급보장 명문화가 연금개혁 노력을 소홀히 하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 자명해서 반대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를 더 힘들게 할 것이라서 그렇다.

정부 개혁안 논의에 앞서 전제 조건이 있다. 국민연금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다. 제대로 공개를 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있어서다. 합리적 전문가 집단이 주도할 수 있는 논의의 장도 마련되어야 한다. 특정 정파 및 사회세력과는 무관하면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 참여가 절실해서이다.

공론화위원회가 미래세대를 배제하고 논의하다 보니 소득대체율 인상이라는 참담한 결론을 도출했었다. 향후 논의에서는 모든 세대가 동등한 수준의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 입장 대변이 가능해져야 하며, 세대 간 형평성 확보를 위해 중장년 및 노후세대의 고통 분담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언급된 연금연구회 입장문, OECD 정책권고와 외국의 개혁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정부 개혁안을 비난만 할 수 없을 것이다. 연금개혁 특위와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제대로 된 개혁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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