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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암살’로 깨진 가자·레바논 휴전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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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극 기자

승인 : 2024. 10. 07. 11:19

7월 하니예 이어 9월 나스랄라 암살
레바논 휴전협상 마지막 순간 등 돌려
"암살계획 숨기고 협상하는 척"의심도
ISRAEL-PALESTINIANS/SAFRICA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 타운에서 5일(현지시간) 벌어진 가자지구 팔렌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폭사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사진을 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지난 7월 이스라엘의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로 중단된 것처럼 레바논 휴전협상은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암살로 무산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근거지를 대대적으로 공습하던 시기 국제연합(UN), 미국과 프랑스는 확전을 막기 위해 막후에서 3주간 휴전협상 성명 초안을 마련하고 양측에 전달해 검토하도록 했다.

앞서 미국은 9월23일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과 첫 대화를 나눴고, 아모스 호크스타인 백악관 특사가 주도권을 갖고 협상 조율에 나섰다. 장기적인 휴전 협상을 위한 외교의 시간을 벌기 위해 호크스타인이 21일간의 전투 중단을 제안했고 성명 초안이 마련됐다.

이스라엘이 이 성명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유엔과 레바논 관리들에게 말했고, 나스랄라도 중재자를 통해 휴전안을 지지한다고 전달해 타결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처럼 보였다.
이에 따라 9월25일 세계 정상들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모였을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이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기대했다.

그날 네타냐후 총리실 관리들은 제안을 검토하고 몇 가지 우려를 제기했지만, 호크스타인은 유엔과 베이루트에 이스라엘이 원칙적으로 휴전협상 추진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앞에선 협상 신호를 보내면서 뒤에선 나스랄라 암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날 밤 낙관적 보고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다른 서방국과 아랍국의 지지를 받은 제안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민간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는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월26일 레바논 총리에 이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스라엘은 미국 주도의 이니셔티브(휴전안) 목표를 공유 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 때문에 협상 참여자들은 9월27일에 휴전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고 일부 미국 관리들은 그날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 연설에서 휴전에 대한 추가적인 지지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틀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에서 돌연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물리쳐야 한다"고 선언해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휴전안에 대한 지지를 기대했던 미국과 프랑스 관리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곧이어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2000파운드(907kg) 벙커 버스터 등 100개의 폭탄을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 투하했고, 나스랄라가 폭사하면서 휴전안은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NYT는 휴전협상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진행됐으나 나스랄라 폭사로 갑자기 중단됐다고 협상에 직접 참여한 9명의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도했다. 압달라 부 하비브 레바논 외무장관은 "그들(이스라엘)은 평화를 원치 않는다. 그들은 계속 싸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접경지에서 전쟁을 피해 떠났던 6만 명 이상의 이스라엘 피난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헤즈볼라를 국경에서 밀어내는 것을 새로운 전쟁 목표로 내세웠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단순히 휴전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의심하고 있다.

네타냐휴 총리가 휴전협상에서 마지막 순간 갑자기 발을 뺀 것과 관련 몇 가지 분석이 제기됐다. 그가 이스라엘 내각 강경파들의 압력에 굴복했거나 나스랄라를 암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휴전안을 놓고 미국과 비공식 협상에서 '암살 계획'을 숨기고 휴전안에 진지하게 다가가는 척 했을 가능성이다.
최효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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