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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타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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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극 기자

승인 : 2024. 10. 08. 12:10

이스라엘 "정당성 확보" 타격 만지작
미국 초대형 벙커 버스터 등 지원 필수
美 "타격 반대"…독자공격 성공 힘들어
ISRAEL-LEBANON-PALESTINIAN-CONFLICT
이스라엘의 F-15 이글 전투기가 북부 도시 하이파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2024.9.26./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분명히 밝힌 가운데 타격 대상 안에 핵시설이 포함될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겨냥 약 200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는 지난 7월31일 이란을 방문했다가 폭사한 하마스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지난달 2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압바스 닐포루샨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보복은 우리의 의무"라며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못 박아 사실상 언제, 어떤 시설을 타격할지 선택만 남은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보복은 피해에 비례적이어야 한다면서 이란 핵시설과 석유생산 시설 공격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라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며칠 새 미 국방부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 핵시설을 독자적으로 타격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 워싱턴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 시기·규모를 놓고 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일단 이란의 군사기지와 군 지휘부 등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며, 핵시설 타격은 이란의 반격으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고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번이 이란 핵시설 타격에 절호의 기회이며 이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이란이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는 문턱에 있다는 미 정보당국자들의 평가와도 맥이 닿는다. 강경파인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소셜 미디어에 "이스라엘은 50년만에 중동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최고 기회를 맞았다" 며 "이란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핵시설을 먼저 타격하고 걱정은 나중에 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고위관료들은 그런 타격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고 자칫 이란과 전면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타격할 경우 실제로 이란의 핵능력이 얼마나 후퇴할지 불투명하고, 되레 핵시설을 더 지하 깊숙이 옮기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제한적이나마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핵시설 감시도 중단되고 이란이 20여 년간 지켜온 '선'을 넘어 핵무기 생산을 결심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사막 지하 3층 깊이의 나탄즈 핵시설을 20여 년간 주목해 왔다. 이스라엘은 우라늄을 무기급 물질로 고도화하는 거대한 원심분리기 홀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한 계획을 개발해왔다.

이란은 현재 60% 농도의 우라늄 생산을 늘려 핵폭탄 3~4개를 만들 분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를 무기급인 90% 농도로 농축하는 데는 며칠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나탄즈 핵시설 폭격은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때문에 미국은 폭탄이 아닌 외교, 사보타주(방해 공작), 제재를 통해 핵 프로그램 진전을 억제해 왔다. 또 산 속 깊숙이 숨겨진 또 다른 원심분리기 시설인 포르도를 파괴하는데 필요한 무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하지 않았다.

epaselect IRAQ LEBANON ISRAEL CONFLICT
레바논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28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전날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64) 등의 사진을 들고 있다./EPA·연합뉴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초대형 벙커 버스터와 이를 운반하는 데 필요한 B-2폭격기를 지원해 달라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거절했다. 벙커 버스터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올림픽 게임'이란 코드명으로 알려진 사이버 무기 개발로 이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로 알려진 사이버 무기를 공동 개발해 1000개가 넘는 이란의 원심분리기를 작동 불능으로 만들고, 이로 인해 이란 핵 프로그램은 1년 이상 지연됐다.

그러나 이런 '올림픽 게임'도 묘책(silver bullet)은 되지 못했다. 이란은 수천개나 더 많은 원심분리기를 재건하고 지하시설을 만들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든 안하든 이란 핵시설을 둘러싼 새로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이란의 공격드론과 무기 지원에 목마른 러시아가 이란 핵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아직 러시아가 핵탄두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이란에 제공했다는 증거는 없다.

두 번째는 지난 몇 주간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격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휘관이 거의 몰살하는 등 수족 역할을 하던 친이란 무장정파가 마비 상태가 되면서 이란이 핵폭탄 개발만이 이스라엘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하게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우려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공격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이란은 나탄즈 남쪽에 방대한 터널망을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미국은 이를 이란 최대의 새로운 농축시설로 보고 있다. 이 시설은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 NYT는 과거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 2007년 시리아의 미완공 핵 원자로에 선제공격을 감행한 시점이 바로 이런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최효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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