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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범죄 후 일단 ‘심신미약’ 주장, ‘이것’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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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10. 22. 07:30

'심신미약 주장' 사례 다수…2년간 3032건
법원서 인정받기 어려워…진단 이력 등 필요
'양형·감형' 재판부 재량…법조계 "기준 필요"

#최근 전북 김제시에서 80대 노인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전치 32주의 진단을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4%로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넘어섰다. A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겠다"며 정신병원에 자진 입원했다.

#B씨는 인터넷 음성 채팅 프로그램으로 알게 된 여성과 만나 말다툼을 벌인 뒤, 상대가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2차례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중증 언어장애가 있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는 "말씀을 되게 잘한다"고 진술했다.

범행 이후 정신질환 및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재판과정에서 가해자가 심신미약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진 않을지 매순간 마음을 졸여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심신미약 상태임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면서도 감형의 경우 재판관 재량으로 이뤄지고 있어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총 범죄자 수는 2020년 149만4421명에서 2022년 125만330명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정신장애 범죄자 수는 총 범죄자 수의 0.6%인 9019명에서 0.8%(9875명)로 늘었다. 이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만 공식 집계된 것으로 비공식적인 사례까지 넓히면 더 많은 건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아시아투데이가 법원 판결문 인터넷 열람 시스템으로 '심신미약 주장'을 검색한 결과 지난 2022년 10월20일부터 이날까지 2년 동안 총 3032건으로 파악됐다.
범죄피의자가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으러면 정신감정 등 절차가 많을뿐더러, 범행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진단·치료를 받아왔다는 이력이 있어야 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B씨 역시 재판과정에서 중증 지적장애가 있다는 게 인정되긴 했지만 평소 택배 일을 하는 등 일상생활이 가능한 점에서 '심신미약'이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곽준호 변호사는 "정신질환이 있어도 꾸준히 병원을 다니거나 치료를 받았다는 이력이 있는 게 인정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다. 특히 요즘 재판부는 음주에 대해선 정말 '가벼운 실수'로 보이지 않는 이상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등 엄격히 보고 있다"며 "오히려 뜬금없이 심신미약을 주장하게 되면 재판부가 '반성하지 않는다'면서 괘씸죄로 형량을 높게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심신미약 주장이 계속되는 데는 양형 결정 등에 재판관 재량이 지나치게 인정돼 판결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사법대 교수는 "심신미약 감경 판단은 법관의 규범적 판단 영역으로, 법관마다 유사한 조건에서 비슷한 결정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법관의 판단 차이에서 오는 양형 편차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며, 어느 정도 양형기준의 계량화가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곽 변호사도 "심신미약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감형 여부는 정말 재량"이라면서 "사안마다 달리 판단하는 게 요즘 추세"라고 덧붙였다.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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