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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에 까칠해진 쿠바 정부…“정전 항의하면 싹 잡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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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4. 10. 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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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아기를 안은 한 여성이 냄비를 두드리며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
전국적인 정전이 반복되면서 국가 전체가 암흑으로 변하는 등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쿠바에서 정부가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커녕 오히려 주민을 겁박하고 있다는 고발이 나왔다.

쿠바 전문 포털인 '다이어리 쿠바' 등 현지 언론은 21일(현지시간) "정전에 항의하던 일단의 주민들을 연행해 구금한 쿠바 정부가 대국민성명을 내고 시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앞서 20일 군복 차림으로 국영방송 뉴스에 나와 "전날 밤 거리로 나와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려 한 자들이 있다"며 "(체포된 사람들은) 전원 기소돼 쿠바 혁명법에 따라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적 정전이 발생하자 수도 아바나와 주요 도시 등 쿠바 곳곳에선 냄비를 두드리며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일부 주민들은 자택에서 냄비를 두드리며 정전에 항의했지만 또 다른 일부는 암흑으로 변한 거리로 몰려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수거가 되지 않아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위를 벌인 주민들이 보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쿠바 정부는 경찰을 투입해 시위에 참여한 주민 일부를 연행했다.
쿠바 사회주의 정부에 맞서고 있는 현지 전문 언론매체들은 "잦은 정전으로 불만이 고조되자 이틀 연속 쿠바 정부가 공개적으로 주민들을 겁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공포정치를 고발했다.

한꺼번에 전기가 나가면서 쿠바가 암흑으로 변한 건 지난 18일 밤이다. 이후 전력공급은 부분적으로 재개되는 듯했으나 다시 중단되곤 했다. AP통신은 72시간 동안 3차례 전국적인 정전이 발생했고 정전이 지역에 따라 길게는 20시간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은 1000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자녀가 셋이라는 한 쿠바 주부는 익명을 전제로 "사흘 밤 연속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냉장고의) 음식들이 썩어나가고 있다"며 "사흘이나 전기를 넣어주지 않는 건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정부를 원망했다. 올해 74세라는 한 노인은 "평생 이런 정전은 경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전력난은 불편을 겪는 건 주민들뿐 아니다. 국가 기능도 마비되고 있다. 쿠바 정부는 18일부터 필수가 아닌 부문에서 공무원 업무를 중단시켰다. 에페 통신은 "외교부의 경우 외교관들과의 만남 등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며 "각 정부부처의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바는 8개의 화력발전소를 가동해 전국에 전력을 공급하지만 지은 지 40년이 넘어 시설이 노후화됐고 경제난으로 투자는커녕 보수·유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화력발전소 가동을 위한 기름을 넉넉하게 수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전력난은 쿠바가 겪고 있는 총체적 위기의 단면이다. 쿠바에선 최근 수돗물까지 공급되지 않아 주민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력부족으로 펌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벌어지고 있는 사태다.

엘파이스 등 외신은 "이미 1개월 전부터 쿠바에서 수돗물이 끊겨 식수를 걱정하는 주민이 최소한 50만~60만명으로 파악됐다"며 민심이 끓어오르는 데는 전력난보다 (수돗물 공급 중단으로 인한) 갈증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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