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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정 상황 논란, 재정의 틀·운용의 근본적 개혁으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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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1. 06. 06:00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
지난 60여 년 간 한국 재정의 틀과 운용은 OECD 국가의 모범사례였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 기조가 뚜렷해진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재정의 틀과 운용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한국과 유사한 재정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의 엔화 가치가 기록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GDP의 250%를 넘는 정부부채를 민간부문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재정은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10여 년 전에 일갈한 도쿄대 이토교수의 예견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일본 재정의 운명을 한국은 피해갈 수 있을까? OECD의 2021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코 쉽지 않다. '고령화의 재정부담'을 명시적으로 포함하면 한국 국가부채의 현재가치는 이미 일본과 함께 OECD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한국 국가부채가 현재 GDP의 50%대이므로 이를 믿기 힘들지만, OECD의 주장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간단하다. 한국은 유럽국가들처럼 높은 수준의 세금, 국민연금, 건강보험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경우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금액을 유럽국가 국민들은 당연히 내야 할 일종의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세입 여건이 이처럼 어렵지만, 일본과 같은 과도한 국가부채 증가는 막을 수 있다. 일본은 1920년대 도입된 독일의 공동세(3대 국세 공유)를 본떠서 보통교부세를 만들었지만, 독일의 '통합적 재정운용' 철학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막대한 부채를 '남의 일'로 본다. 일본의 지방세법을 본뜬 한국의 지방세법은 국회가 세율을 결정한 세목들을 '지방세'로 부르고 있다. 반면 UN과 OECD는 중앙정부가 세율을 결정하는 세목은 그 세수가 지방에 귀속되더라도 국세로 분류한다. 한국과 일본이 지방세 국제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세금의 정치적 부담을 지자체장이 나누어 갖지 않으면, 그만큼 세입 증대가 어렵다.

OECD 국가와 달리 일본과 한국만 예외인 또 다른 재정제도가 재정준칙이다. 재정준칙의 근본은 세수호황일 때 초과세수를 적립하고, 세수불황일 때 적립 재원을 활용해 중기적으로 경기변동과 세수 불확실성에 의한 부채 증가를 막는 것이다. 현재 재정준칙 논의가 적자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점은 세수호황 때 초과세수를 오롯이 적립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재정운용에 있어서 여유재원 활용 대상 확대와 지방교부세를 예산대로 이전하지 않는 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우리나라 재정법제가 OECD 국가들이 채택하는 선진국형으로 진화했다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유재원 활용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의 대대적인 초과세수를 재정안정화기금으로 적립했다면 현재의 세수적자 문제가 크게 완화됐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보통교부세를 독일의 통합적 재정운용을 위한 공동세 철학으로 운용한다면 지자체가 국세 감소를 '남의 일'로 간주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세수호황 시에는 지방교부세 초과 세입을 무조건 차년도에 쓰지 않고 어려운 시기를 위해 적립해야 한다.

개편이 필요한 지방교부세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보다 '중앙-지방' 간 협력적 재정분권을 위해 교부세를 공동세로 운용하는 본질적인 재정개혁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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