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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살고 싶은 마을] 피반령 아래 작은 마을, 오토바이 소리를 반기는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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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김남형 기자

승인 : 2024. 11. 24. 17:16

충북 보은군 청년마을 '라이더타운회인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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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단체 '삶은동네'가 청년마을 '라이더타운 회인ㅎㅇ'를 조성하고 있는 중앙리 마을 모습. /김남형 기자.
피반령과 말티재 사이에 있는 인구 1600명 남짓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몰려들고 있다. 지역소멸 경보가 곳곳에서 울리는고 있지만 충북 보은군 회인면은 연간 수만명의 라이더들이 다녀가는 라이더타운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주민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한 결과로, 오토바이 소음을 반기지 않았던 동네 어르신들도 이제는 든든한 지지자가 됐다.

지난 21일 충청북도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에서 만난 김한솔 '삶은동네' 대표(37)는 "마을에 오래 사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그분들이 장사를 하지 않더라도 외지인이 와 동네에 활기가 도는 것을 좋아하신다"며 "작년까지는 (오토바이 소리가) 시끄럽다고 말씀하시던 옆 가게 사장님이 지금은 바이크 소리 들리면 손님 오는 소리라 생각하신다고 말씀해주셔서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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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군 청년마을 '라이더타운회인ㅎㅇ'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공간 '라이더유치원' 전경. /김남형 기자
삶은동네는 김 대표가 회인면에 거주하는 청년 7명과 꾸려 활동 중인 청년단체다. 이들은 보은과 청주를 연결하는 피반령을 비롯해 말티재, 수리티재, 대청호 둘레길 등에서 자전거나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주목하고, 보은군과 함께 회인면을 '라이더 타운'으로 조성하고 있다. 청년마을 '라이더타운회인ㅎㅇ'는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청년마을 사업은 청년들이 지역살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숙박·체험 미용을 지원해준다. 덕분에 라이더와 라이더 대상 사업을 구상하는 다양한 청년들이 마을을 찾았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주민들은 오토바이 소음을 힘들어했다. 이에 김 대표는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하기' '교통신호를 준수하고 과한 소음을 내지 않기' 등 라이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하며 지역 어르신들에게 다가갔다. 노력 끝에 청년마을은 지역에 정착했고, 김 대표는 이방인 라이더에서 지난해 전입을 마친 '동네 아들'이 됐다. 김 대표는 "마을에서 관리비용만 받고 청년마을 숙소 공간이나 사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내줬다"며 "각종 이벤트나 행사때 마을주민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더카페
라이더카페 '라이드&브루'앞에 오토바이들이 세워져 있다. /제공=김한솔 삶은동네 대표
라이더타운회인ㅎㅇ는 회인면 중앙리 일대에 라이더들을 위한 카페 '라이드&브루', 자전거와 모터사이클 수리가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 '라이더유치원'을 열었다. 카페는 마을 방문객과 주민들의 쉼터가 됐고, 인구 감소로 폐원한 어린이집은 라이더들의 아지트로 거듭났다. 마을 빈집은 최근 서점으로 바뀌어 청년들과 동네 아이들의 사랑방이 됐다. 청년들이 2박 3일 동안 지역살이를 하는 '금토일캠프'는 마을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지난 1년 동안 89명이 참가했고, 이들은 지역 주민은 아니지만 애착을 갖고 지역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관계인구가 됐다.

또 지난해 10월과 올해 6월 학교 운동장과 마을 광장에서 개최한 '휠러스 페스티벌'은 주민들이 반기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김 대표는 "모터사이클이나 자전거를 타고 페스티벌에 오는 분들은 짐을 많이 갖고 올 수가 없기 때문에 물 사먹는거, 밥 먹는 거,술·과자·라면 등 기본적으로 현지조달이다"며 "평소 저녁 6~7시면 문 닫는 가게들이 축제 땐 10시까지 영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정욱씨(67)는 "청년들이 축제 준비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마을사람들도 함께 도왔다"며 "축제 때 매출도 늘고 사람들이 많이 와 마을에 활기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7월에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라이더유치원에 팝업스토어를 마련해 실험적으로 팔아 본 '마늘수제버거'는 6시간 만에 18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팝업스토어가 끝난 뒤에도 매장 인테리어를 치우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데, 가끔 팝업스토어가 끝난지 모르는 손님이 오셔서 주문을 하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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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열린 '휠러스 페스티벌'에서 어린이 자전거 대회 '스트라이더컵'이 열리고 있는 모습. /제공=김한솔 삶은동네 대표
회인면은 조선시대에 회인현이었을만큼 큰 동네다. 지금도 현감이 묵던 숙소인 동헌내아와 객사 등이 남아있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들면서 한때 1만명이 넘던 주민은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김 대표는 회인면을 청년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 청년들을 마을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현재 운영하고 있는 청년마을 숙소 외에도 옛 숙박시설이라 할 수 있는 객사 앞에 빈 건물들을 매입해 게스트하우스와 주점으로 변신시킬 예정이다. 김 대표는 "재미가 있어야 청년들이 온다"며 "공간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청년들이 이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회인면과 보은군을 아웃도어 산업으로 브랜딩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김 대표는 "회인면은 라이더뿐만 아니라 850km에 달하는 트레킹코스인 동서트레일의 핵심 거점마을"이라며 "인근 회남면은 낚시가 가능한 지역이어서, 앞으로 낚시까지 다루게 된다면 보은군이 트레킹과 라이딩, 낚시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향이 다변화 되면서 런닝화나 백패킹 같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역들도 하이엔드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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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면 회인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정욱씨 부부와 청년마을을 운영하는 '삶은동네' 김한솔 대표(오른쪽)/ 김남형 기자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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