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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반도체특별법’을 대하는 MZ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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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승인 : 2024. 12. 02. 17:01

최지현
요즘 삼성전자 직원들 표정은 어둡습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분위기가 심상찮다고 합니다. 밖에서 "초유의 위기"라고 다들 걱정하니 분위기가 좋을 리 없겠지요. 최근엔 그나마 있던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외부 소식에 분노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합니다. 외부 소식은 바로 '반도체특별법'입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이 법안의 핵심은 연구개발자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자는 겁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한 주 간 법정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총 52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는데 여기에 일부 예외를 두자는 얘깁니다. 전세계가 반도체 등 R&D(연구개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시간 규제 예외를 허용하는 추세인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게 정부·여당의 논리입니다.

삼성전자 MZ 직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주 52시간 예외? 의무규정이 될까 무섭다", "매달 40~50시간 초과근무 하는 게 일상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들어질까"…. 걱정과 우려가 대부분입니다. 이미 야근이 일상화한 상황에서 노동시간 제약까지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게 삼성전자 MZ 직원들의 목소리입니다.

사실 반도체 업계에서 이번 정부·여당 추진안에 대해서는 동조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이 법안은 R&D 전문직에만 해당됩니다. 최근 반도체 제품 성격은 레거시(범용)에서 고객사 맞춤형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제조를 일괄 공정으로 한 번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칩 하나당 만드는 시간이 늘어났고, 고객사별 디자인 등에 일일이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R&D에 투입해야 하는 역량도 배로 늘어났습니다. 일각에서 "기술개발이 한창인데 장비를 끄고 퇴근하라니"라는 헛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만 모든 법안은 그 취지와 추진배경도 중요하지만, 입법 대상자의 입장도 들어봐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야 R&D 인력에 한해 밤샘 근무를 보장받고 싶겠지만, 이미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중시문화가 자리잡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MZ세대들은 퇴근 후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기조가 더욱 뚜렷합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만 하더라도 지난해 직원들의 '워라밸' 향상을 위해 주 4일제를 도입한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주52시간 예외를 두자는 입법이 추진되니, 직원들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수 밖에요.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측면과 개인의 시간을 중시하는 문화. 이 간극을 메울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근로시간 규제를 풀되 그 범위를 명확히 하거나 필요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간극이 조금은 좁혀지지 않을까요? 미국 엔비디아가 직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스톡 그랜트'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요. 한국 반도체의 위기극복을 위한 합리적인 '간극 좁히기'가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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