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민생 저버린 ‘감액 예산안’… “사실상 국정운영 마비 초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03010001082

글자크기

닫기

이지훈 기자

승인 : 2024. 12. 02. 17:54

전공의 지원 등 복지예산 대규모 삭감
대외 불확실성 대응 등 추진동력 상실
"통과 지연땐 국민에게 피해 고스란히"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 않기로 하면서 초유의 예산 감액이 일단 미뤄졌다. 다만 야당의 예산 감액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재정당국의 고심은 여전히 깊어지고 있다.

민생 예산과 함께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할 예산이 쪼그라들면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거론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섣불리 꺼내기 부담스러운 카드다. 최악의 경우 내년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져 국정 운영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야당 단독 감액안 관련 정부입장' 합동 브리핑에서 "국가 예산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야당의 무책임한 단독 처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예결위에서 야당이 감액 예산을 단독 처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예결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677조4000억원 규모다. 정부 원안에서 4조1000억원이 삭감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 예비비는 4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한도에서 미리 책정하는 금액을 말한다. 미국 신정부 출범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대응과 대규모 재해·재난, 감염병 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능력 약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 부총리는 "2019년의 경우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한 소부장 기술개발 등의 소요가 발생해 한 해 동안 총 2조7000억원의 예비비를 사용했다"면서 "그러나 내년에는 그와 같은 긴급한 산업·통상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적시 대응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원), 검찰 특정업무경비·특활비(587억원), 감사원 특경비·특활비(60억원), 경찰 특활비(31억원) 등은 전액 삭감됐다. 그동안 민주당이 권력기관 특활비 등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관철한 셈이다.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은 505억원에서 8억원으로 사실상 전액 삭감됐고, 출연연구기관과 기초연구·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연구개발(R&D) 예산도 815억원 감액됐다. 민관합작 선진원자로 수출기반 구축 R&D 사업은 70억원 중 7억원만 남았다.

특히 민생과 직결된 보건복지부 예산은 125조5000억원으로 정부안(125조7000억원)보다 1655억원 깎였다. 전공의 등 육성지원 예산 등에서 전액 또는 대규모 삭감이 이뤄진 영향이 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예결위 안대로 증액 논의 없이 감액만 반영돼 최종 확정되면 복지부 예산은 정부안 대비 1655억원 축소돼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진료체계 유지 예산과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강화 예산 등이 반영돼 있지 않게 돼 의료공백에 따른 국민의 불편과 어려움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야당의 감액 예산안이 국회를 그대로 통과한다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다. 현실적인 대응 방안은 부처 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의 예산을 조정해 재배정하거나 예비비를 활용하는 방안이지만 예비비 등이 삭감되면서 효과는 제한적이다. 추경 편성도 방법의 하나지만 정부가 그동안 추경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고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편성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대립각을 높일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4조원이 넘는 예산을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깎게 되면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운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정부의 국정운영이 사실상 마비돼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야당이 정부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경제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가 지연될수록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민생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