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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동훈의 尹 탈당 요구, 자기만 살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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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2. 06. 00:00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병화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탈당을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대통령은 민주당 폭거를 이유로 들었지만, 그렇다고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며 "당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대 비상계엄 후속대책 회의에서도 대통령 탈당 요구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전달했다. 대통령 임기를 절반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집권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은 전례가 없다. 한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윤 대통령과 사실상 결별을 선언한 것인데, 당·정·대 위기에서 자기만 살겠다는 근시안적 발상 아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는 정작 지난 4일 오전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에선 결론을 못 낸 사안이다. 한 대표가 제안한 3가지 안건 가운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해임과 내각 총사퇴는 무난히 채택됐지만, 대통령 탈당 건은 격론 끝에 유보됐다. 그런데 이날 오후 삼청동 회의에서 한 대표가 독단적으로 탈당을 요구했다. 친윤계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탈당하면 우리가 여당이 아닌데 탄핵을 막을 명분이 없다"며 "탄핵을 막겠다면서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우선순위로 봐도 대통령 탈당 요구보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먼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한 행정·사법 탄핵의 극단적 방탄 국회가 이번 (계엄) 사태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명히 짚었다. 반면 한 대표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야당보다 더 빨리 계엄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이 사태를 촉발한 야당의 입법·탄핵 폭주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한 대표는 4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 후에도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상계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의 인식은 저의 인식과, 국민의 인식과 큰 차이가 있었다"고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았는데 한 대표가 벌써 대선놀음을 시작한 것 아닌가. 15대 대선을 두 달 앞둔 1997년 10월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는 아들 김현철 씨 구속으로 인기가 급락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향해 탈당을 요구했다. 2007년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낸 정동영 의원도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대선에서 패배했다. 우리나라 역대 2인자가 대통령과 차별화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것은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시점에, 대통령이 2인자를 지지해 준 경우에 한했다. 한 대표의 탈당 요구는 그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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