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경영진 손배소송 나선 영풍정밀…MBK는 고려아연 자사주처분금지 가처분 제기

"영풍 배임 가능성에…회사 9300억 손해"
MBK "고려아연, 자사주 소각 실행 미뤄"

고려아연 그랑서울. /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호세력이자, 영풍 주주인 영풍정밀이 영풍 등기이사 5인을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영풍이 MBK 파트너스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각종 배임적 행위로 회사에 최소 9300억원에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비슷한 시기, MBK 측은 고려아연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경영권 분쟁에 활용할 수 없도록 법원에 자기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13일 영풍정밀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풍 장형진 고문과 박영민·배상윤 대표이사, 박병욱·박정옥·최창원 사외이사 등 등기이사 5명을 상대로 주주대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장에는 영풍이 MBK와 맺은 '경영협력계약' 문제점과 이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 정도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과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할 고려아연 주식의 독자적 의결권 행사를 포기했으며, 사실상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지위와 권한을 행사하는 특혜를 MBK에 부여했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MBK에 아무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콜옵션을 부여했다고 보고 있다.

영풍정밀은 MBK가 투입 자금 대비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가고, 반대로 영풍 주주들에게는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영풍이 경영협력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탓에 MBK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가게 될지 추산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영풍정밀은 또 영풍 주주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내용의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정작 주주들의 의사는 전혀 묻지 않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영풍-MBK 연합은 지난 11일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 204만30주(9.85%)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영풍-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소각 실행을 미루고 있다"며 "임시주주총회와 정기주주총회의 기준일인 12월20일과 12월31일에 인접해 자기주식을 제3자에 출연, 대여, 양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의결권을 살리려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분쟁은 다음달 23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거쳐 결론날 전망이다. 현재 최윤범 회장 측(우호세력 포함)과 영풍-MBK 연합 지분은 각각 약 34.8%, 39.83%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