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여 현장 실무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참여 기업은 교육비 일부를 부담하고, 대학과 함께 학생 선발에 참여한다.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역량에 맞춰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인재를 공급한다. 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채용이 확정되며 2학년부터는 직장인으로서 일과 학업을 병행해 경력과 학위를 동시에 쌓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은 전문성과 경력을 쌓고, 기업은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어 청년 실업 문제와 기업 인재 부족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제도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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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 핵심 전략 분야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며 업계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많은 학생들은 적합한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반면, 기업은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중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고 인력난 해소를 위해 부산대학교는 지난 2023년,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원 사업'과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원 육성 사업'에 도전하여, 나노반도체 제조·공정 계약학과를 개설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 처음 문을 연 나노반도체 공정·장비 계약학과는 반도체 공정장비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전공정, 후공정, 검사공정 분야에 필요한 연구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특화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전기공학, 기계공학, 물리학, 나노 및 유기소재공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17명의 교수진이 융합 교육 체제를 구축하여 학생들에게 심화된 전문성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 학과의 큰 강점이다.
부산대학교 나노반도체 공정·장비 계약학과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이해준 교수는 계약학과 설립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에는 일종의 남방 한계선이 존재합니다. 현재 충남 이남 지역으로는 반도체 기업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부산은 오랜 기간 동안 반도체 불모지로 관련 산업 육성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10년 이상 공을 들인 부산시의 노력으로 2023년에 전력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지정되어 새로운 반도체 산업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부산시에서 추진하는 차량용 반도체 산업을 견인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대학은 반도체공동연구소 설립, 반도체특성화대학 사업을 통한 학부 교육에 이어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통한 대학원 교육에 이르는 반도체 특성화 교육 과정 운영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반도체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 반도체 플라즈마 공정 특화 교육 과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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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나노반도체 공정·장비 계약학과와 채용 약정을 맺은 기업은 현재 18곳에 이른다. AP시스템, 파크시스템스와 같은 선도 기업뿐 아니라 KWT 솔루션과 같은 강소 기업들이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부산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지역의 기업과 협력하여 학생들에게 폭넓은 진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노반도체 공정·장비 계약학과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에서도 증착, 식각, 클리닝 공정에 많이 활용되는 ‘플라즈마’ 기술에 특화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해준 사업단장은 “나노 스케일의 정밀한 제어가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공정 기법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대학은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유리한 플라즈마 기술에 특화된 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실험과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첨단 교육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반도체 공정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정주 인력 양성을 통한 지역 상생 도모
현재 나노반도체 제조·공정 계약학과에는 총 11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해준 사업단장은 매년 20명의 학생을 모집하여 우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더 많은 학생이 반도체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일반 대학원과 달리, 기업과 채용이 약정된 학생만 입학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참여를 확대하여 더 많은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가 불안정한 시기에는 기업의 채용 규모가 축소되면서 모집 인원보다 적은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대학교는 신규 참여 기업을 지속적으로 모집하고 있으며, 현재 추가로 3개 기업과의 협약을 앞두고 있다. 또한, 매 학기 2회 이상 기업의 의견을 청취하며, 산학협력 R&D 발굴과 기업 수요 조사를 통해 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교과목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이해준 사업단장은 “부산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반도체 생산을 담당할 우수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인재 양성을 통해 지역 내 반도체 기업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