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급진좌파 광인"비난, 탄핵 요구
대법원장"불만있다고 탄핵 안돼" 공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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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법 판결에 대한 이견이 있다고 해서 탄핵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 확립된 원칙"이라며 "올바른 대응은 항소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가 지난 16일 베네수엘라 출신 갱단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강제 추방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것에 반발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판사를 탄핵하라고 촉구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추방 조치가 18세기에 주로 적용됐던 '외국 적대자법(Alien Enemies Act)'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2018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이민 관련 판결을 내린 판사를 '오바마 판사'라고 비난하자,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법부는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판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행정권력과 사법권력 간 충돌이 잇따르자 법원이 정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며 공공연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보스버그 판사는 외국 적대자법을 근거로 한 모든 추방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으며 이에 따라 이미 이송 중이던 항공편을 회항시켜야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당시 공중에 있던 2대의 항공기는 예정대로 엘살바도르에 도착했으며, 이를 두고 법원 명령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항공편은 판사의 서면 명령이 공식적으로 내려지기 전에 출발한 것이며, 판사가 구두로 내린 명령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나는 국민이 원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 판사는 내가 상대해야 하는 부패한 판사들 중 한 명이며, 반드시 탄핵돼야 한다!!!"라고 적었다. 또 보스버그 판사를 "급진 좌파 광인"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글이 올라온 지 몇 시간 만에 텍사스주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브랜든 길은 하원에서 보즈버그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고 X(구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에서 국민의 지배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판사들을 탄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연방판사가 탄핵된 마지막 사례는 2010년으로 당시 판사는 뇌물을 수수하고 위증한 혐의로 탄핵당했다. 미국 연방 사법센터에 따르면, 1789년 이후 15명의 연방 판사가 탄핵됐으며, 이 중 8명이 유죄 판결을 받고 직위에서 물러났다. 연방 판사를 해임하려면 하원이 단순 과반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킨 후, 상원이 최소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유죄를 확정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지만, 상원에서는 3분의 2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인터넷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사건이 장기적인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이 사건은 결국 연방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며 "우리가 승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