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가입자 혜택 축소로 이어지는 보험업계 과당 경쟁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3.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427010014929

글자크기

닫기

이선영 기자

승인 : 2025. 04. 27. 18:00

이선영증명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 보장 한도를 축소했다. 해당 담보의 손해율이 가파르게 치솟자 부담이 커진 손보사들이 잇따라 보장 한도를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보험사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과당경쟁을 벌이며 보장 한도를 무분별하게 높였고, 재무적 부담이 커지자 보험 가입자의 혜택부터 줄이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적자를 보는 상품이라면 혜택을 줄여 손해율을 관리하는 게 맞다. 보험업계는 상품 출시 후 손해율이 악화하면 한도 등을 조정하며 손해율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간병인 사용일당 담보의 손해율이 악화된 것은 보험사들의 과당경쟁 때문이라는 점이 다르다. 보험사들이 간병비 보험 영업을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장 한도를 경쟁적으로 높였고, 그 결과 손해율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실제 그동안 주요 손보사들은 성인 대상 간병인 사용일당 보장 한도를 20만원으로 설정해 판매해왔다. 보장한도는 지난해 9월 삼성화재가 기존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 이후 확산됐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도 20만원으로 한도를 높였다.

하지만 손해율이 300~400%에 달하는 등 재무적 부담이 심화됐고, 이에 따라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지난 23일부터 한도를 축소시켰다. 삼성화재는 10만원으로, 메리츠화재는 15만원으로 각각 한도를 낮췄다. 어린이 대상 간병인 사용일당 보장한도는 이미 5만원으로 축소됐다.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섰던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한도를 낮추기 시작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른 보험사들은 아직 손해율이 관리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도 축소 분위기가 업계에 확산하자 이들 보험사들도 한도 축소에 대한 내부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간병인 사용일당 담보 손해율 악화의 원인이 단순히 과당 경쟁 뿐만은 아니다. 보장 한도가 높다보니 불필요하게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허위 청구 등 일부 고객들의 악용 사례도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업 경쟁을 위해 손해율 악화 우려를 감수하고 한도를 높인 보험사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게다가 한도 축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도적인 절판 마케팅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당 경쟁으로 인한 손해율 악화, 이후 보장한도 변경에 따른 절판마케팅 등은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하지만 악순환에 대한 책임은 고객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번 사례처럼 보장 한도가 축소된다거나, 손해율 악화 상태가 지속되다보면 보험료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이런 악순환은 보험업계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신뢰를 잃는 건 한 순간이지만, 신뢰를 회복하는 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보험사들이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영업 관행을 바꾸고 건전한 영업 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이유다.
이선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