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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뒤흔들 ‘한덕수 등판’… ‘이재명 독주’ 멈춰세운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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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5. 05. 01. 16:10

보수·진보 정권서 모두 '국무총리' 지낸 경력
전주 태생 '호남 대통령'으로 호남표심 공략
반명계 지지자들 1표 이탈은 '2표차'로 직결
'범보수·중도·반명' 포함 '그랜드빅텐트' 목전
한덕수 권한대행 대국민담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멈춰 세울 '대어급' 주자가 등장했다. 보수층은 물론 중도와 반명계까지 발벗고 나선 '한덕수 출마' 읍소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사퇴했다. 사실상 차기 대선 후보에 나서기 위한 1차 작업이 이날 '사퇴 회견'으로 마무리됐고, 한 전 대행은 이르면 2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재명 후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전 대행의 등장은 판을 뒤흔들 메가급 돌풍을 예고하는 일이라 더불어민주당의 견제도 한층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 전 대행을 지지하는 이낙연계를 비롯한 반명계 민주당 인사들의 지지선언과 합류가 이어진다면, 이재명 후보에 비호감도를 크게 느끼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가 한 전 대행 쪽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단순히 1표를 뺏어 오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이탈이 2표 격차로 벌어지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한 전 대행의 대선 등판은 메가급 돌풍을 예고하는 일이 됐다. 한 전 대행은 그간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숨기며 모든 취재진 질의에 함구해왔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로 '노코멘트'가 전부였다. 사실상 대권 출마 의지를 에둘러 드러낸 것이었는데, 6·3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공직자의 사퇴기한 사흘을 앞두고 한 전 대행은 전격 사퇴했다.

말로만 무성했던 한 전 대행의 대권 출마는 이날 사퇴로 확실해졌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 중인 국무총리가 사퇴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서다. 한 전 대행은 보수계 인사와 중도층,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폭넓은 출마 요구를 받아왔는데, 대선 출마 의지를 굳힌 건 4월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대행의 최측근은 본지에 "(한 전 대행이) 5월 1일 총리직 사퇴를 결심한 것 같다"며 "미국과의 무역협상의 밑그림을 다 그려놨고, 이미 성과도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서 결심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핵심 관계자는 "5월 1일 총리직을 사퇴한 후 2일 국회에서 대선출마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출마 장소들이 여럿 언급됐지만 국회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언급대로라면 한 전 대행은 다음날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한다. 이미 한 전 대행은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에 나섰던 나경원 후보의 캠프를 물려 받아 준비 중인 것으로도 확인됐다. 한덕수 캠프는 출마선언에서 밝힐 출마 대의와 대선 공약 등을 소개할 준비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명계 지지자들 1표 이탈은 '2표차'로 직결… '범보수·중도·반명' 포함 '그랜드빅텐트' 목전

한 전 대행의 출마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내란대행', '노욕'이라는 인신공격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전 대행이 탄핵된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였다는 점을 부각해 '계엄 시즌2'라는 프레임으로 맹공을 퍼부을 태세다. 다만 한 전 대행은 민주당의 연속적인 탄핵 국면에서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기각 판정으로 권한대행직에 복귀했다. 계엄에 책임이 있다는 민주당 프레임을 합법적으로 탈압박할 수 있는 장치는 이미 있는 셈이다. 여기에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경력과 일생을 행정가로 보낸 전문성 때문에 정파성이 옅다는 점도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도층의 표를 쓸어 모을 수 있는 경쟁력이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전 대행은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 '개헌' 카드로 역공을 펼친다면 흐름이 일거에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 대행은 평생을 행정 전문가로 보낸 공직자이지만, 좌파와 우파 정권에서 모두 국무총리직을 지낸 인물로 국민통합을 위한 상징성도 확고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 출마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 만큼, 시대 과제로 떠오른 '3년짜리 개헌 대통령'의 적임자라는 점도 내세울 수 있다. 한 가지 약점으로 지목되는 정치 경력이 없다는 점도, 몇십년간 국회를 드나들며 야당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는 등 정치 거물로서의 체급을 키워온 경력으로 메꿀 수 있다.

◇전주 태생 '호남 대통령'으로 호남표심 공략… '보수·진보 정권'서 국무총리 경험

한 전 대행은 전북 전주 출생이다.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이 '호남 대통령'이라는 구호에 흔들릴 수 있다. 실제 한 전 대행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호남 지역에서 28%(4월 27일 아시아투데이·한국여론평판연구소 여론조사 결과)를 기록한 바 있다. 탄핵 정국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머문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만한 호남 민심의 변화 흐름이다.

한 전 대행은 전북 전주 출생이다.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이 '호남 대통령'이라는 구호에 흔들릴 수 있다. 실제 한 전 대행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호남 지역에서 28%(4월 27일 아시아투데이·한국여론평판연구소 여론조사 결과)를 기록한 바 있다. 탄핵 정국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머문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만한 호남 민심의 변화 흐름이다.

한 전 대행은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전 대행은 "제 앞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라며 사실상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행은 "저 한 사람이 잘되고 못되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 모두의 미래는 확실해야 한다. 주저앉아선 안 된다.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며 계속해서 번영해야 한다"며 "국가를 위해 제가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대국민 메시지' 전문

<국민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제가 깊이 고민해온 문제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을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방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엄중한 시기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 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1970년 공직에 들어와
50년 가까운 세월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최일선에서
우리 국민의 일꾼이자 산증인으로
뛰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온 것은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의 피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일어선 것은
전국민이 합심해서 이룬 기적입니다.
그 여정에
저의 작은 힘과 노력을 보탤 수 있었던 것이
제 인생의 보람이자 영광이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이 겪으신
갈등과 혼란에 대하여,
가슴 깊이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일어선 나라인지,
그러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노력하셨는지
저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가난한 나라가 빈곤을 떨치고 풍요를 이루기는 매우 어렵고,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를 이루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우리는 그 두 가지를 모두 해냈습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문제는
개인이건 국가건
하나의 도전을 이겨내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어려운 도전이 닥쳐오곤 한다는데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는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줄 압니다.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가
G7 수준으로 탄탄하게 뻗어나갈지
아니면 지금 수준에 머무르다 뒤처지게 될지,

대한민국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이 두 가지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표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불합리한 경제정책으로는
대외 협상에서 우리 국익을 확보할 수 없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세울 수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도 없습니다.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50년 가까운 세월,
경제의 최일선에서 제가 배운 것은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때
국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입니다.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이제까지 없던 거대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일어선 나라인데,
전세계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안보가 생명인데,
우리를 에워싼 지정학적 질서가
한치 앞을 모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온 나라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등 돌린 진영의 수렁에 빠져
벌써 수년째, 그 어떤 합리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그동안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 왔습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길었습니다.

제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입니다.

저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 한 사람이 잘되고 못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미래는 확실해야 합니다.
주저앉아서는 안됩니다. 잘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며 계속해서 번영해야 합니다.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제가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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