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실적 개선 노려
향후 기업공개 유리하게 작용 가능성
모듈제조·메모리 재활용 시너지 기대
|
SK에코플랜트는 13일 "SK㈜의 사내독립기업(CIC)인 SK머티리얼즈 산하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총 4곳 소재 기업의 자회사 편입을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입을 완료할 경우 반도체 제조 주요 공정 중 △포토공정 △식각공정 △증착 및 이온주입 공정 △금속배선공정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와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공정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 공정의 소재 공급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미래 성장 기반 강화를 목표로 리밸런싱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SK㈜는 이들 4곳을 SK에코플랜트에 내주는 대신 SK에코플랜트 지분을 기존 62.1%에서 65.9%로 확대하게 된다. 중복 사업을 통합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이번 결정으로 노리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함께 우량자산 내재화에 따른 실적 개선이 있다. 이들 4곳 모두 순이익을 지속적으로 실현하고 있으면서도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다.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이들 4곳 모두 SK그룹 내 계열사와의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는 SK트리켐 및 SK머티리얼즈로부터 모든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SK트리켐,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SK하이닉스의 매출 비중이 각 99.5%, 92.7%에 이른다. SK레조낙은 SK하이닉스 매출 비중은 2023년(22.9%)보다 14.5% 포인트 상승한 37.4%다.
이는 기존 SK 거래선과 관계를 유지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지난해 이들 4곳의 순이익은 690억원에 이르는데, 이를 지난해 SK에코플랜트의 연결기준 순손실(959억원)에 대입하면 적자를 막을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반도체 사업 강화는 기업공개(IPO)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회사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원인 중 하나는 환경 및 에너지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데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부진하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를 생산하는 DY인더스와 DY폴리머를 총 130억원 안팎에 매각했는데, 이는 인수액보다 약 100억원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관리 자회사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 지분 75%와 리뉴원(옛 대원그린에너지) 지분 100% 매각도 난항을 겪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측에선 매각액을 2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는 반면, 시장에선 1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통해 반등에 성공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선 환경사업에 재미를 못 본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로 선회해 IPO를 진행할 것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때문에 사활을 걸고 이번 4곳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시너지 창출을 고민해야 한다.
가령 기존 반도체 관련 기업과 이번에 자회사 편입을 추진 중인 4곳의 경우 반도체 공장 건립 외 모듈 제조, 메모리 재활용 등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SK그룹 계열사 중 SK에코플랜트가 중심이 돼 지원을 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실제 리사이클링 자회사 SK테스가 수거한 메모리 부품 등을 반도체 모듈업체 에센코어가 재가공한 후 판매할 계획이다. SK에어플러스의 경우엔 SK에코플랜트에게 반도체용 산업용 가스 설비 시공을 맡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반도체 인프라 설계·조달·시공(EPC) 구축 노하우를 기반으로 SK에어플러스(산업용 가스), 에센코어(반도체 모듈), SK테스(리사이클링) 등 기존 포트폴리오에 더해 소재 부문까지 강화하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밸류체인을 갖추게 된다"며 "생산설비 구축뿐만 아니라, 산업용 가스 공급, 메모리 반도체 제품 제작, 판매 및 재활용까지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