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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가의 명운이 ‘창의성’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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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05. 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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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품절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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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나를 전담했던 한 선배 기자는 '우라까이(베껴쓰기·인용보도)'를 잘 해야 한다고 가르쳐 줬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잖아. 사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어. 기존에 있는 소재를 통해 완전히 다른 너만의 결과물로 나타내는 것도 능력이야." 그 선배 말처럼 출입처에서 받은 보도자료를 그럴듯하게 바꾸는 것부터 배웠다. 때로는 다른 기자가 쓴 기사를 기초로 내 생각과 의견을 첨부해 기사를 내보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 다른 기자들 다 하고 있잖아'며 자신을 합리화시켰다.

물론 인용 보도가 불법적인 일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선 인용보도를 쓸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서울'과 '부산' 동시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와 같은 경우다. 하지만 아무리 잘 쓴다고 해도 기자의 프로필 대부분을 인용 보도로 채우는 건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굴이 화끈거림에도 이 얘기를 꺼내는 건 언론계 말고도 다른 분야에서도 '우라까이'와 같은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바로 식품업계다. 식품업계는 히트 상품이 하나 등장하면 그와 비슷한 맛의 '미투' 제품이 출시되기도 한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이 대박을 치자 비슷한 맛과 포장의 미투 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는 맛과 포장을 살짝 바꾸는 변형을 통해 또 다른 시장을 창조해나가고 있다. 이들 제품은 미투 마케팅이란 명분을 내세워 경쟁 브랜드의 상표·디자인·맛 등을 모방해 자사 제품을 알리는 행위를 행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K'열풍이 불 수 있었던 것은 창의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이를테면 인적 인프라가 풍부하다고 평가받는 중국의 경우 문화·노래·영화·드라마·예능·식품·뷰티·패션과 같은 분야에서 우리나라만큼의 파워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처럼 작은 국가일지라도 창의성만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을 펼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 식품 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1%도 못 미치는 비용을 R&D(연구개발)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마다의 사정이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물론 식품업계의 어려움도 있다. 이들은 원가가 상승해도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 제품 가격 인상을 두고 정부와 국민들은 '회사 배불리는 행위'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창의성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멈춰 선 안된다. 새로움이야말로 한국 식품의 무대를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식품산업, 아니 국가 전체의 활로가 '창의성'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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