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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인도 주재 중국대사관의 유징 대변인은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인도의 전략·학술 커뮤니티의 일부 사람들이 달라이 라마의 환생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비난하며 "그들은 외교 전문가로서 서장(티베트)과 관련된 문제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달라이 라마의 환생과 계승은 본질적으로 중국의 내부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장 관련 문제는 중국·인도 관계의 걸림돌이자 인도에 큰 부담이 됐다. '서장 카드'를 꺼내는 것은 결국 자멸이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덧붙였다.
중국의 이번 경고는 최근 열린 달라이 라마의 90세 생일 축하 행사 직후에 나왔다. 당시 행사에는 인도의 키렌 리지주 인도 의회·소수민족 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리지주 장관은 불교신자로서 "달라이 라마의 환생은 오직 그와 그의 사무실만이 결정 권한을 가진다"며 달라이 라마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중국 대사관은 특정 인물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리지주 장관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인도 외교부는 "종교적 신념과 관습에 대해 인도 정부는 별도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인도가 1959년 중국의 티베트 침공 이후 달라이 라마의 인도 망명을 허용하고 티베트 망명정부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이를 중국에 대한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오는 15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 방중 기간에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의 양자 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는 2020년 국경 분쟁으로 최소 24명(인도 20명·중국 4명)의 군인이 사망한 이후 열리는 첫 고위급 외교회담이다. 그만큼 양국 간 긴장 완화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지만 중국이 인도 외교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던진 만큼 티베트 문제와 관련된 강경한 입장에 대한 재확인과 인도에 대한 압박 의도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달라이 라마인 14대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중국의 티베트 무력 진입 이후 인도로 망명해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수립했다. 이후 티베트의 비폭력 독립운동을 주도해 왔고 1989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1년 정치 권한을 망명정부로 이양한 뒤 종교 지도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제15차 티베트종교회의 개막식에서는 환승제도를 지속할 것이라 밝혔는데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달라이 라마의 지명과 관련된 권한은 중국 중앙정부에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