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계설비법’ 제정 주도…업계 위상·역할 정립 기반 마련
“정책·교육·기술지원 강화…회원사 역량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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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현대건설 등 대형 종합 건설사들이 우리나라 아파트 문화의 틀을 만들어왔다면, 주거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보이지 않는 주역은 바로 기계설비공사업체들이다. 보일러, 냉·난방설비 등 건축물의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 온 이들의 노력 없이는 지금의 주거 수준도 존재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들을 대표하는 법정단체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이하 협회)는 수십 년간 기계설비 산업의 정밀화·고도화에 힘써왔으며, 그 결실이 최근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2016년 제정된 '기계설비의 날'(매년 7월 16일)을 기념해 매년 행사를 열어왔으며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기계설비의 날 기념식'은 오는 9월 개최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의 성장엔진, K-기계설비'를 주제로, 기계설비가 국민 삶의 안전과 편의에 기여해왔다는 업계의 사명감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는 취지다.
기계설비의 날이 해마다 개최되고 10주년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협회가 업계의 전문성 강화와 역량 결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왔다는 방증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협회의 성장사가 곧 기계설비건설업의 제도화 과정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2018년 제정된 '기계설비법'은 해당 산업을 독립적인 전문 영역으로 인정하는 전환점이 됐다. 그리고 그 입법 과정에는 협회의 지속적인 역할이 있었다.
기계설비건설업은 △냉방기·온풍기·공조기 등의 공기조화 설비 △수도·온수·배관 등의 급수·급탕·배수 설비 △욕실·화장실·세면대 등의 위생 설비 △도시가스 및 산업용 가스 공급 설비 △주차장·지하공간 등의 환기·배기 설비 등을 포함한다. 건축물이나 산업 플랜트에 필수적인 기계 장치의 설계·시공·유지관리를 수행한다. 아파트는 물론 사무실·공장·지하철·공항 등 다양한 공간에 적용된다.
하지만 산업의 범위가 넓고 다양한 업종이 혼재해 있어 그동안 하나의 독립된 건설 분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흐름을 바꾼 것이 2018년 기계설비법 제정과 2020년 이 법의 본격 시행이다. 이후 실태조사·정보화·산업 육성 방안 수립 등을 거쳐 현재의 독자적 체계를 갖추게 됐다.
협회는 지난 1989년 건설업종별 협회 설립이 가능해진 이후 '대한설비공사협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중앙에 본회, 전국 13개 시·도에 지회를 설치해 기계설비공사업과 가스공사업 등록 업체 7000여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협회는 이들을 위한 전문 제도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후 30여 년간 기계설비법 제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왔고, 업계의 숙원이었던 법 제정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법 제정 이후 협회는 기계설비 고도화를 위한 행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 2023년 1월 제12대 회장으로 취임한 조인호 회장이 있다. 조 회장은 기계설비법 시행 이후 산업의 전문적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업계는 물론 정치권과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제도 개선 △공사원가 정상화 △전문 인력 양성 △유지관리자 경력관리 및 교육 강화 등을 통해 기계설비산업의 내실을 다져왔다.
최근에는 업계의 존립과 직결되는 이슈에도 적극 대응 중이다. 조 회장과 협회는 최근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포함 법안'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안'과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있다.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일정 성능 이상 설비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조 회장은 "기계설비법은 주목받지 못했던 기계설비 산업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화·수명 연장·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성장 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다만 히트펌프 법안은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국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기계설비업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