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임에도 '접수마감' 안내…"재고부족"
위고비보다 낮은 가격+체중감량 효과에 문의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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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지난 20일부터 국내 병·의원, 약국 등에 공급이 시작되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독점해온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와의 본격 경쟁이 시작됐다.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시작한 첫날인 21일 '비만치료제 성지'인 서울 종로5가역 인근 병·의원과 약국 등에는 '마운자로'를 처방받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 의원 입구에는 오전임에도 '접수 마감'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내부에는 진료를 예약한 환자들이 빽빽이 앉아있었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오후 진료 접수가 언제 시작되는지를 물었다.
처방전을 들고 가까운 약국을 찾은 시민 이 씨(44)는 "카페에서 마운자로 처장이 가능한 병·의원들 이름이 올라왔다"면서 "어제 예약을 실패했는데 오늘은 오픈런으로 성공했다. 아침부터 1시간이나 기다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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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22일 오전 종로5가 인근 약국 3곳과 의원 1곳에 유선으로 마운자로 2.5㎎ 용량 재고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의원 관계자는 "다음 주 수요일에나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운자로는 위고비보다 출고가가 저렴하게 책정됐다. 초기 투여하는 두 가지 저용량 2.5㎎, 5㎎ 제품은 각각 27만8000원, 36만9000원이다. 두 달 이후 고용량 제품은 50만원대로 내놓을 예정이다. 위고비는 국내 공급가격을 지난 14일 용량에 따라 최저 10%에서 최고 42%까지 인하했다. 0.25㎎, 0.5㎎, 1.0㎎, 1.7㎎, 2.4㎎ 5개 용량 모두 37만2000원에 공급해왔지만 마운자로 국내 상륙 이후로 21만~32만원대에 내려왔다. 마운자로 초기 투여분을 의식해 가격 경쟁에 나선 셈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마진가 등이 더해져 마운자로의 최종판매가는 30만원에서 34만원이다. 종로에 한 의원은 2.5㎎ 기준 29만원이고 처방전까지 더해 총 3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위고비는 0.25㎎ 25만원, 0.5㎎ 26만원, 1.0㎎ 28만5000원, 1.7㎎ 36만원, 2.4㎎ 39만5000원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이미 출고가가 공개돼 가격을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환자 수요가 크기 때문에 국내에 공급될 물량을 보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위고비에서 마운자로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경제성뿐만 아니라 체중 감량 효과도 갖춰있기 때문이다. 임상결과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72주 투여 임상에서 평균 2.02%에서 최대 22.5% 체중 감량률을 나타냈다. 이는 위고비가 68주 임상에서 기록한 평균 14.9% 감량률을 뛰어넘는 수치다.
위고비보다 낮은 가격도 이유다. 실제로 여성 김모씨(30대)는 "30대 후반이 된 후 이전처럼 다이어트를 하기 힘들고 효과도 이전만 못해 위고비 처방을 고려했지만 비싼 가격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는데, 마운자로는 한달에 30만원 정도 PT를 시작한다는 마음에 예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위고비를 투약하고 있는 사람들도 마운자로로 갈아탈 수 있는지에 궁금증이 많다. 이에 대해 의료계 측은 용량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오씨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용량을 기준으로 둔다"며 "매주 정해진 요일마다 위고비를 썼다면 그 주 마지막 주사를 그대로 진행하고 다음 주 같은 요일에 마운자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마운자로는 일반적으로 시작할 때 2.5㎎ 로 고정돼 있는데, 위고비 2.4㎎ 쓰던 사람은 5㎎로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부작용과 체내에서 도달하는 용량은 다르니 의사와의 상의가 필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