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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 “나눔, 사회 아름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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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12. 16. 10:43

[인터뷰] 안나의집 대표 김하종 신부
33명 참여한 바자회 내년 2월 28일까지 개최
"후원자들과 예수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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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집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그림을 가리키는 김하종 신부. 심순화 작가의 작품 '거저 주어라'로 밥을 주는 예수님의 집인 안나의 집을 상징한다고 김 신부는 설명했다.안나의 집은 2026년 2월 28일까지 1층 카페에서 바자회를 개최한다./사진=황의중 기자
성탄절을 앞두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성남 안나의 집은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들에게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최근 안나의 집은 성탄절을 앞두고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특별한 바자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1층 카페에서 심순화, 김애경, 이해선, 박예지나 등 33명의 작가가 재능 기부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안나의 집 대표는 천주교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소속 김하종 빈첸시오 신부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1992년 한국으로 건너와 1998년부터 안나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 안나의 집은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였다면, 이제는 노숙인 자활과 거리를 떠도는 위기 청소년 돌봄까지 봉사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위기 청소년 돌봄은 김하종 신부가 관심을 쏟는 활동이다. 일찍부터 거리 생활을 접한 아이들 다수가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안나의 집은 현재 단기·중장기 쉼터, 셰어하우스 등을 운영하며 113명의 위기 청소년을 돌보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김하종 신부는 "후원자들과 예수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나눔은 사회를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든다"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다음은 김 신부와 일문일답이다.

-그림 바자회는 처음 하는 것으로 안다.

"어느 날 화가분이 오셔서 '이것을 팔아서 운영비로 쓰시라'라면서 그림을 주셨다. 어떻게 할까 하는 차에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작가분들이 재능 기부에 나섰다. 이번 바자회에 참여한 작가만 33명으로 그림, 인형 등을 주셨다. 바자회는 12월부터 시작해 내년 설날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바자회에 오시면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를 담은 아름다운 그림을 구하실 수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구매해달라."

-최근 경기가 어려운 것 같은데 후원 상황은 어떤가.

"올해 4월까지는 실제로 후원금이 전년도보다 줄어서 우려했다. 다행히 이후로 기부금이 이어져 극복할 수 있었다. 천주교 교구나 개별 성당의 지원보다 일반인들이 도와주시는 것에 의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천주교 신자에게 전적 의지했지만, 이제는 천주교 신자보다 회사원 등 평범한 시민들의 도움이 더 크다. 안나의 집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후원이 들어온 덕택이다."

-노숙인 자활·청소년 돌봄 사업까지 복지사업을 확대하면서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저는 일 년 중 제일 기쁜 날이 12월 31일이다. 이날 일을 마치고 집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도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반대로 제일 슬픈 날은 1월 1일이다. 비록 국고보조금을 받지만 1년에 최소 25억원 이상은 기부금이 들어와야 운영할 수 있다. 어떻게 이 많은 돈을 받을까 하는 생각에 막막하고 마음이 무겁다. 1998년 안나의집 일을 시작한 이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 적이 없다. 30년 가까이 불안해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인간적인 노력이나 제 능력에 따른 성과가 아니다. 도와주신 여러분들과 예수님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안나의 집은 없었다."

-최근에는 거리의 청소년을 돌보는 일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에는 약 7만 명의 노숙인이 있지만 가출 청소년은 25만 명에 이른다. 노숙인을 상담해 보면 하나같이 청소년기부터 거리를 떠돌면서 노숙생활에 발을 딛는다. 거리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미래의 노숙인을 예방하는 것이다. 거리의 청소년을 직접 찾아가서 이들의 쉼터와 상담 공간을 제공하는 '아지트' 사업을 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가정에 문제가 있다. 아이들은 '집에 가면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야탑역 등 역 근처에서 오후 4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천막과 버스를 동원해 보호소를 제공한다."

-거리의 청소년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처음 이 일을 했을 때 지자체 공무원들은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5년간 보호소를 운영하면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집을 나와 떠도는지 데이터를 수집해 성남시에 보여줬고, 이때부터 지원받을 수 있었다. 현재 자립이 필요한 위기 청소년을 위해 단기·중장기 쉼터, 자립지원관을 성남시에 위탁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기 이후 정신적으로 불안한 청소년이 많아졌다. 노숙인 급식소와 달리 청소년 지원은 정신적 상담 등이 필요하므로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직원이 필요하다. 아무나 봉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안나의 집 직원들이 고생이 많다."

-미자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말씀해 주신다면.

"이번 바자회를 위해 재능 기부를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 누구나 재능이 하나씩은 있다. 그 재능을 나누면 보람을 느낄 수 있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작품이든 시간, 돈 등 나눈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다. 나눔은 사회를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든다. 함께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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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와 예수그리스도를 그린 작품을 선보이는 김 신부./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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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아(가타리나) 작가의 '십자가'(오른쪽 이콘 그림) 옆 김하종 신부./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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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회에 재능 기부된 인형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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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 준비에 앞서 바자회를 소개하는 김하종 신부./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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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들과 급식을 위해 요리 중인 김하종 신부./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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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안나의 집 전경./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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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집에서 급식을 받기 위해 줄 서있는 사람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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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집이 위기 청소년 돌봄을 위해 거리로 찾아가는 '아지트' 활동 버스와 차량./제공=안나의 집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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