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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귀화 시민 ‘시민권 박탈’ 대폭 확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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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2. 18. 08:49

내년부터 매달 100~200건 목표…"불법 취득자 우선"
"시민권 박탈, 이민 단속의 새로운 수단" 우려 커져
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에서 내린 뒤 발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미국인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절차를 대폭 확대하려는 내부 방침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이민국(USCIS)이 내년부터 매달 100~200건의 시민권 박탈 사건을 법무부에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시민권 박탈이 이민 단속의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 지침은 2026회계연도 USCIS 업무 우선순위에 포함됐다. 문건에는 '직원 피드백 확대', '고위험 사건 관리 강화'와 같은 행정 목표와 함께 '시민권 박탈 추진'이 명시돼 있다. 목표대로 집행될 경우, 시민권 박탈은 최근 수십 년간 전례 없는 규모로 확대된다. 미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제기된 시민권 박탈 사건은 120여 건에 불과하다.

연방법은 시민권 박탈을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의 사기나 중대한 허위 진술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체류자 추방을 넘어 합법적 이민자에 대해서도 강경한 단속 기조를 유지해 왔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방침이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의 단순 실수나 경미한 누락까지 문제 삼는 방식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추진해 온 이민 규제 강화의 연장선에 있다. 남부 국경에서의 망명 차단, 미국 내 망명 신청 중단, 특정 아프리카·중동 국가 출신 여행객 입국 금지 등 일련의 조처는 이민을 국가 안보 위협의 관점에서 다루는 행정부의 인식을 반영한다. 백악관은 이 같은 조치가 미국의 안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USCIS는 "불법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겨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USCIS 대변인 매슈 J. 트래거서는 "귀화 과정에서 허위 진술이나 사실 왜곡이 확인될 경우 시민권 박탈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법무부와 협력해 이민 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직 USCIS 관계자들은 이번 방침이 시민권 박탈을 정치적 수단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직 관계자 세라 피어스는 "시민권 박탈은 매우 예외적이고 중대한 조처인데, 여기에 월별 할당량을 설정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최근 수년간의 연간 시민권 박탈 건수보다 훨씬 많은 목표치는 수백만 귀화 시민에게 불필요한 공포와 불확실성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 규제 강화를 지지하는 쪽은 정부의 방침을 옹호한다. 이민 규제 성향의 싱크탱크 '이민연구센터(CIS)'의 마크 크리코리언 소장은 "부당하게 시민권을 취득한 사례를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다"며 "현재 상황은 시민권 박탈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는 약 2600만 명의 귀화 시민이 살고 있다. 지난해에만 8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새로 시민권을 취득했다. 멕시코, 인도, 필리핀, 도미니카공화국, 베트남 순으로 많았다. 시민권이 박탈될 경우, 대부분은 다시 영주권자 신분으로 돌아간다.

법무부도 올해 시민권 박탈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여름 배포된 내부 메모에서는 시민권 취득 사기뿐 아니라 갱단원, 금융 범죄자, 마약 카르텔 연루자, 강력범죄자 등을 주요 대상으로 명시했다. 법무부는 "법이 허용하고 증거가 뒷받침되는 모든 경우에 시민권 박탈을 최대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권 박탈은 USCIS가 사건을 법무부에 회부한 뒤 연방법원의 판단을 거쳐 이뤄진다. 민사 절차의 경우 정부는 시민권 취득이 불법이었거나 중대한 사실을 은폐했다는 점을 명백한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시민권 박탈 사례는 드물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대규모 시민권 박탈이 현실화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본다. 다만 목표 수치가 제시된 것 자체가 귀화 시민 사회에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NYT는 전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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