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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2% 물가의 함정, 서민 체감과 거리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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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지훈 기자

승인 : 2026. 02. 05. 18:00

이지훈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0% 상승하며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물가안정 목표에 부합하는 수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숫자와 달리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여전히 높다. 시장과 가계가 느끼는 현실과 물가당국의 진단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의미다.

문제의 핵심은 '상승률 안정'과 '물가 수준 하락'을 혼동하는 데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됐다는 것은 가격이 덜 오르고 있다는 의미일 뿐, 이미 오른 가격이 내려왔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누적 물가 수준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작년 소비자물가는 2020년 대비 약 17% 가까이 올랐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더라도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이 여전히 큰 이유다.

체감물가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요인은 필수소비재 중심의 가격 오름세다. 최근 물가 둔화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안정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1월 석유류 물가는 0%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가 자주 접하는 품목인 수산물(5.9%), 축산물(4.1%), 외식(2.9%)·가공식품(2.8%) 등은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소비자가 자주 접하는 품목일수록 가격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진다.

장기 흐름을 보면 문제는 더 뚜렷하다. 외식물가는 2020년 이후 누적으로 24.7% 급증했다. 김밥(38.2%), 햄버거(35.2%), 자장면(33.5%) 등 가격이 30% 이상 오른 외식 품목도 적지 않다. 이는 임금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3%대 수준에 그쳤다.

통계 산출 방식도 체감 괴리를 키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460여개 품목을 가중 평균해 산출된다. 이 가운데 가격 변동성이 큰 외식·신선식품은 실제 소비 빈도가 높아 체감 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어서 과소 반영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1인 가구와 청년층, 맞벌이 가구는 외식·배달·간편식 소비 비중이 높은데, 이 계층일수록 공식 물가보다 더 큰 인상 압력을 체감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부의 물가 대응 역시 단기 처방에 치우쳐 있다. 할인 쿠폰, 한시적 세금 인하, 비축물량 방출 등은 순간적인 체감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구조적 해결책은 아니다. 외식·서비스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인건비, 임대료, 원가 구조, 유통 단계 비효율 등 복합 요인에 있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 통계상 상승률만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체감물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물가 안정의 기준은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다. 서민과 중산층이 실제로 장바구니 부담이 줄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정책은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정부는 물가안정 목표 달성이라는 거시적 시각에 머무르지 말고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물가 안정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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