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브라질이 언어도 포르투갈에게 이긴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3.asiatoday.co.kr/kn/view.php?key=20201129010018260

글자크기

닫기

안성주 상파울루 통신원

승인 : 2020. 11. 29. 12:15

- 남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
- 유럽식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 모두 어느 정도 소통은 가능
브라질에 살기 시작한 이후로 여기저기서 “남미에 있으니 스페인어 배우겠네? 스페인어가 전망이 좋다더라!” 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남미에서는 스페인어를 쓴다고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남미에서 유일하게 스페인어가 아닌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다.

한국인들에게 포르투갈어는 `소수 언어`로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은 2억 6천만 명이 사용하는 ‘대형 언어’이다.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힌디어, 아랍어 다음으로 세계에서 여섯 번 째로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과 포르투갈 이외에도, 앙골라, 모잠비크, 마카오, 동티모르 등의 나라에서 쓰이고 있다. 사용 인구 중 대부분은 2억여 명의 인구를 가진 브라질이 차지하는데, 브라질은 제국주의 시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남아메리카의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포르투갈어가 주 사용언어이다.
주 사용언어라고 쓰는 이유는 아마존 깊숙이 살고 있는 인디오들도 있기 때문이다. 즉 브라질에서는 ‘포르투갈어 + 인디오들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브라질식 포르투갈어를 브라질어라고 부르는 것은 틀린 말이다.


◇포르투갈 포르투갈어와 브라질 포르투갈어는 다를까?

1822년, 브라질이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쟁취해낸 이후로도 브라질에서는 계속 포르투갈어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수백 년이 흐르면서 포르투갈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브라질의 포르투갈어는 자연스럽게 다른 발음과 단어들을 가지게 되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차이들이 있다.
- Apelido ( 포르투갈 : 이름, 브라질 : 별명)
- Fato ( 포르투갈 : 정장, 브라질 : 사실)
- 버스 ( 포르투갈 : Autocarro, 브라질 : Onibus)
- 파인애플 ( 포르투갈 : Ananas, 브라질 : Abacaxi)

그래서 포르투갈어 학습자들은 보통 처음에 유럽식을 배울 것인지, 브라질식을 배울 것인지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브라질 인구가 포르투갈의 약 20배에 달하고 GDP 규모 차이도 크기 때문에 브라질식이 기준이 되어가는 추세이다. 국내 대학 포르투갈어학과에서는 브라질 포르투갈어를 위주로 가르치고, 브라질에서 주관하는 포르투갈어 시험(Celpe-Bras)이 더 대중적이기도 하다.

두 국가간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지만 대체로 브라질인들이 포르투갈인들의 말을 이해하는 것보다, 포르투갈인들이 브라질인들의 말을 더 잘 알아듣는 경향이 있다.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첫째로는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인 브라질인들이 단어를 분명하고 크게 발음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브라질에서는 포르투갈에서 사용하는 2인칭 단복수(tu/v’os)를 사용하지 않고 3인칭(voce)으로 통합해버렸다. 즉 포르투갈 본토에서 사용되는 시제가 브라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쓰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브라질인들이 유럽식 포르투갈어를 듣게되면, 대체로 내용은 알아듣지만 중간 중간 놓치는 단어들이 있고 발음이 까다로워 집중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모잠비크나 앙골라 등과 같은 포르투갈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은 유럽식 포르투갈어의 원형이 더 살아있다. 이는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수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며 지속적인 변화를 맞이했던 브라질과 달리, 외부와의 교류가 적었기 때문이다. 또한 브라질에 비해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에 포르투갈의 영향을 더 오래받기도 했다.


◇브라질인들은 스페인어를 이해할까

워낙 가까이 위치해있고 비슷해보이니, 포르투갈어 사용자와 스페인어 사용자간 대화가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두 언어는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하다.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는 이베리아로망스어군에 속한 언어이다. 유럽 본토에서부터 이미 수많은 국경의 변경으로 언어가 섞였으며, 많은 어휘와 문법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남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과 스페인어를 쓰는 인접국 사이에서는 이 둘을 섞어 말해도 소통이 가능하고 이를 ‘포르투뇰’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두 언어간 유사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개인차는 있겠으나, 브라질인들이 스페인어를 비교적 더 잘 이해한다고 한다. 이는 브라질식 포르투갈어에 비해 스페인어는 비음을 사용하지 않고 모음을 더 열린 발음으로 말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동시에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 언어에 유창하면 다른 언어를 배우기 쉬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오히려, 두 언어를 완벽하게 분리해 구사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비슷하기 때문에 단어를 헷갈리고, 동사 변형도 섞어 말하게 되기 때문이다.
안성주 상파울루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