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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푸틴, 핵무기 사용 공포 고조...수시간 내 9000만 사상자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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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2. 03. 22. 13:33

NYT "우크라 침략전쟁 궁지 푸틴, 전략 핵무기 사용 공포"
핵전쟁 수시간에 9000만명 이상 사상자 발생
러, 핵전쟁 전환 오래 연습...푸틴에 옵션
러, 핵무기 사용 기준 완화..실용적 무기 간주
전범 푸틴
‘전쟁 범죄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통합에 대한 국민투표 8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전쟁 범죄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체 국면에 빠진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궁지에 몰렸다고 느끼면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 이후 76년 전 설정된 금지를 깨고, 파괴력이 당시보다 위력이 약한 소형 핵무기 사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공포가 있다며 어두운 시나리오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이웃나라로 번질 경우 핵무기 사용에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포함한 모든 나토 회원국은 잠재적으로 핵탄두의 일제 발사로 서로를 방어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1949년 결성된 나토의 조약 5조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동맹 차원에서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리우폴
러시아 침략군의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19일(현지시간) 모습./사진=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AP=연합뉴스
◇ NYT “푸틴, 우크라 침략 전쟁 궁지 몰리면 전략 핵무기 사용 가능성 공포”...핵 전쟁 개시 수시간에 9000만명 이상 사상자 발생
전술 핵무기는 핵 금기를 훼손하고, 위기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NYT는 밝혔다. 덜 파괴적인 성질이 핵 통제에 대한 환상을 키우지만 실제는 전술 핵무기 사용이 갑자기 전면적인 핵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술 핵무기는 냉전 시대 기준으로 볼때 덜 파괴적이지만 히로시마 원폭의 절반 규모로도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지에서 50만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프린스턴대 전문가들이 고안한 시뮬레이션은 러시아가 핵 경고 발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 나토가 소규모 공격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핵 전쟁은 개전 수시간에 900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정상들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에 관해 논의할 계획인데 의제에는 러시아가 화학·생물학·서이버 무기와 함께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동맹의 대응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생화학 무기 보유라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푸틴이 생화학 무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Russia Ukraine War Mariupol First Person
남편을 러시아 침략군의 포격으로 잃은 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병원 복도에서 아이들을 안고 울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미 국방부 “러, 핵 억제력 더욱 의존할 것”

앞서 미국 국방부 국방정보국(DIA) 국장인 스콧 베리어 중장은 지난 17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재래식 전력이 약화하면서 서방에 신호를 보내고, 국내외에 힘을 과시하기 위해 핵 억제력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리어 중장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지난달 27일 국방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에게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 임무 돌입을 지시한 것에 대해 “적들을 위협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상대가 종전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해 전술, 비전략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러시아군, 전장 패배서 우위 전환 위해 핵전쟁 전환 오래 연습...푸틴에 다양한 옵션 제공

분석가들도 러시아군이 특히 전장에서 패배한 후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래식 전쟁에서 핵 전쟁으로의 전환을 오랫동안 연습해왔다며 푸틴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확대 옵션을 모색했다고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핵무기 전문가인 울리히 쿤 독일 함브르크대 연구원은 우크리아나 전쟁이 러시아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고 서방의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성은 낮지만 푸틴이 핵무기 사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고 NYT는 밝혔다.

쿤 연구원은 “이런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진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가능성이 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쿤 연구원은 2018년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더 치명적인 공격을 예고하는 방법으로 북해의 외딴 지역에 핵무기를 발사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었다.

Russia Ukraine War
한 우크라이나 여성 피란민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브로바리 길에서 허기를 채우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전 미 국가정보국장 “러, 핵무기 사용 기준 완화...핵무기, 실용적 간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낸 제임스 클래퍼는 러시아가 냉전 이후 러시아군이 혼란에 빠졌을 때 핵무기 사용 기준을 낮췄다며 지금은 핵무기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분석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러 침략군이 지난 4일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해 화재가 발생해 방사능 누출 위험이 발생한 것에 대해 “그들은 신경쓰지 않는다”며 “계속 원전에 총을 쏘았고, 이는 우리가 핵무기에 대해 하는 구별을 하지 않는 러시아의 방임적인 태도를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술핵 배치를 통해 푸틴이 치명적인 벼랑끝 전술에 대한 명성을 한층 향상시키고, 유혈 재래식 전쟁과 싸우는 데 필요한 위협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고 NYT는 전했다.

10일 ‘제한된 전술 핵무기가 재앙이 될 것’이라는 기고문을 발표한 니나 타넨월드 미 브라운대 교수는 “푸틴이 핵 억제력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다”며 “그의 핵무기가 서방의 개입을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과 나토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결을 초래해 핵 전쟁을 포함한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위험성이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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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최고경영자(CEO) 분기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UPI=연합뉴스
◇ 군비통제조약 규제 없는 전술 핵무기 경쟁...러, 2000개 보유...미, 유럽에 100개 배치

현행 군비통제조약은 전술 또는 비전략적 핵무기를 알려진 더 작은 핵탄두를 규제하지 않고 있어 핵 강대국은 원하는 만큼 생산해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1945년말까지 주민 35만명 가운데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히로시마 원자폭탄보다 1000배, 러시아는 300배 강력한 원폭 실험을 했지만 이는 쌍방 균형으로 상호 공격 억지력을 유지하는 핵전력인 ‘상호 확증 파괴(MAD)’로 작용해 핵공격은 상상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이 됐다.

하지만 러시아와 미국은 히로시마 원폭보다 덜 파괴적인 핵무기 보유 경쟁을 벌이면서 핵 전쟁이 덜 무섭고, 상정할 수 있게 됐다고 NYT는 진단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한스 크리스텐슨 원자력 정보 프로젝트 국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약 2000개의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약 100개의 전술핵을 유럽에 배치하고 있다.

Russia Ukraine War Mariupol's Curse
러시아 침략군의 탱크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 외곽을 달리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러 핵전쟁 교리, 핵무기로 침략자 퇴각·항복시키는 것”...러, 연례 공격적 핵무기 훈련 실시

‘축소를 위한 확대’로 알려진 러시아의 핵 전쟁 교리는 패배한 군대가 핵무기를 발사해 침략자를 망연자실하게 만들고 퇴각시키거나 항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NYT는 해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둔 지난달 중순 등 전략 핵탄두나 핵탄두를 운반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지상·해상·공중 발사시험을 포함한 연례 핵무기 훈련을 대체로 가을에 실시해왔다.

쿤 연구원은 1990년대 방어 성격이었던 러시아 핵무기 훈련은 2000년대 러시아군이 예전의 힘을 일부 회복하면서 공격으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새로운 공격 전략과 함께 전략 핵무기 등 핵무기 현대화에 착수했고, 새로운 무기의 중심은 2005년 처음 배치된 ‘이스칸데르(Iskander)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으며 이동식 발사기에서 2기가 동시 발사돼 약 300마일(483km)까지 날아간다. 러시아 수치에 따르면 이 미사일 탑재 가장 작은 핵탄두는 히로시마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침공 전 이미 벨라루스와 러시아 동부에 이스칸데르 포대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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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크라이나 소방관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급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외곽의 대형 식품 저장시설을 살피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러, 핵탄두 순항미사일 탑재, 전 유럽 타격 가능...오바마, 히로히마 원폭 2% 위력 전술핵 개발...트럼프, 히로시마 절반 위력 핵 배치

소련 시대 군비통제조약 협상에 참여한 전 러시아 외교관 니콜라이 소코프는 핵탄두는 비행기·선박·지상에서 발사돼 저공 비행하면서 적 레이더의 탐지를 피할 수 있는 크루즈(순항) 미사일에도 탑재할 수 있다며 러시아 내에서 영국을 포함해 전 유럽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밝혔다.

이에 대항해 미국과 나토가 수십년 전 벨기에·독일·이탈리아·터키·네덜란드의 미군기지에 전투기용 폭탄을 배치하기 시작했지만 러시아와 달리 재래식 전쟁에서 핵 전쟁으로의 전환을 연습하는 현장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쿤 연구원은 지적했다.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나토 무기를 고도로 정밀하게 조준할 수 있는 기동 가능한 ‘수직 안정판(fin)’ 부착 스마트 폭탄으로 개조·개선하기로 결정, 히로히마 원폭의 2% 수준의 위력을 가진 전술 핵무기 개발의 길을 열었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수년간의 자금 조달과 제조 지연 끝에 개발된 B61 모델12로 알려진 전술 핵무기는 내년까지 유럽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크리스텐슨 국장은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18년 히로시마 원폭 절반의 파괴력을 가진 새로운 미사일 탄두인 W76 모델2를 제안, 2019년 14척의 탄도미사일 잠수함으로 구성된 해군 부대에 배치됐다고 NYT는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이 더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며 전술 핵무기 배치를 ‘나쁜 생각’이라고 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 탄두 배치를 철회할 것 같지 않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미국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미·러의 전술 핵무기가 세계적인 핵 공포 균형을 뒤엎을 위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전술핵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새로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 한발을 러시아 시베리아 황무지나 러시아 내 군사기지로 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고 이 신문을 밝혔다. 이에 러시아가 대응 핵 공격을 할 경우 인류는 전면적인 핵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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