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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낭중지추는 칼 맞는 것이 中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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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2. 10. 31. 06:00

한때 최고 지도자 재목 후춘화 부총리의 비극은 예고된 것
후춘화
미래의 최고 지도자 재목으로 꼽히다 20차 당 대회에서 계급이 강등된 후춘화 중국 부총리. 낭중지추는 칼을 맞는다는 진리를 증명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제공=런민르바오(人民日報).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주위의 눈에 잘 뜨이게 마련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의 송곳)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이런 사람은 승승장구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칼을 맞을 맞지 말라는 법도 없다. 주위의 질시나 견제에 적절하게 대응을 하지 못하면 진짜 그럴 수 있다.

이런 사람일수록 처세가 매우 중요하다. 한 없이 자신을 낮출 필요도 있다. 심지어 어리숙해 보이는 것도 미덕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는 쉽지 않다. 중국인들이 처세술을 입에 올릴 때 종종 사용하는 '난더후투(難得糊塗·어리숙해 보이는 것이 총명한 것보다 더 어려움)'라는 말은 이로 보면 진짜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해야 한다.

지난 22일 막을 내린 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매 5년마다의 전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하면서 장기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젊은 시절 뛰어난 인재이기는 했으나 최고 지도자 재목으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반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완전 낭중지추라고 할 수 있었다. 40대 초반부터 미래의 총서기 겸 주석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10년 전의 제18차 당 대회에서 최종적으로 대권을 거머쥔 주인공은 시 주석이었다. 상당히 의외의 결과였으나 중국 정계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분석에 따르면 그가 '난더후투'의 교훈을 항상 뇌리에 간직한 채 잠행했기 때문에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지 않았나 보인다. 리 총리로서는 조금 심하게 말하면 칼을 맞았다고 해도 좋았다.
현재 중국의 당정 지도부에도 리 총리 같은 낭중지추는 있다고 봐야 한다. 바로 후춘화(胡春華·59) 정치국원 겸 부총리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대권을 거머쥘 때부터 후계자 소리를 듣던 천하의 인재였다. 최악의 경우 리 총리처럼 2인자는 될 것으로 여겨졌다.

난더후투
사람이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은 정말 어렵다. 때로는 삽화에서 보듯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의 덕목도 갖춰야 한다./제공=런민르바오.
하지만 그는 지난 20차 당 대회에서 7명 정원의 상무위원회에 진입하기는커녕 정치국에서도 이름이 빠지는 비극을 당했다. 사실상 계급이 강등되면서 젊은 나이에 정계은퇴 수순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도 '난더후투'의 교훈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낭중지추가 칼을 맞는 것은 중국 정계에서는 아무래도 진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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