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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수준 군사 밀착 심화… ‘반미연대’로 동북아 정세 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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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4. 06. 19. 20:24

러, 北 주요축 삼아 다극화 세계 유도
美 견제하며 국제사회 입지 강화 노려
자동군사개입 포함… 한반도 위기 고조
첨단 군사기술 지원 제도적 기틀 마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
러시아와 북한 수장이 19일 만나 회담을 하고 사실상 '동맹수준'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것은 미국에 대항한 '반미연대' 구축을 전 세계에 선포한 것으로 읽힌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5선에 성공한 뒤 미국의 '1극 체제'에 대항하는 전 세계 '다극화 세계'를 유도하고 있다. 북한 방문 이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는 것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를 위해 북한과 손을 잡고 전방위적인 협력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가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해 반미 진영의 주요 축으로 삼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 체제가 아닌, 다극화된 세계를 건설하는 데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취지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꾀하는 '다극화 세계'의 중요 파트너이자 일원으로 북한을 끌어들이고, 북한도 부응하면서 핵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 '왕따'에서 벗어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푸틴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질서 주도를 유도하고 있다"며 "미국의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떨어뜨리기 위해 러시아가 최대한 세력을 가지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러시아는 현재로선 가장 우호국 중 하나인 북한을 끌어들이고 함께하겠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강한 러시아의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에 대항해 러시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주의와 싸워왔다"며 그동안 러시아의 미국 견제 역할을 자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새 협정을 토대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북·러 군사 밀착을 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2008년 한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는데, 북한은 '포괄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점에서 북·러 관계가 한·러관계보다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다. 통상 북·러 양국의 대외 관계 유형을 볼 때 동맹의 바로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의 대외 관계는 '전략적 동맹'이 최상단에 있고, 그 아래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전략적(협력) 동반자 관계, 선린 우호 관계로 내려간다. 전략적 동맹은 '러시아의 동생'으로 불리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권인 독립국가연합(CIS) 등 몇몇 국가만 러시아와 맺고 있다. 특히 아르메니아와는 한·미 관계처럼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의무도 있다.
이런 가운데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되면서 한반도 유사시 전개 시나리오가 복잡해졌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수위도 높아질 수 있어 동북아 진영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동안 거리를 뒀던 북·러 양국은 한·미·일 공조 강화와 신냉전 구도 고착화 속에 관계를 재정립하는 셈이다. 일각에선 양국 관계 격상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뿐 아니라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을 러시아로부터 비밀리에 이전·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사실상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 양국은 전장에 포탄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제공해 왔다는 증거는 이미 상당히 포착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은 "러시아가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계기로 우주항공 분야를 비롯한 첨단 군사 협력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한·러 관계를 포함해 한반도 정세에 위기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러시아가 북한이 원하는 모든 걸 들어준다면 러시아는 앞으로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leverage)를 잃게 될 수 있다"며 "러시아는 이 부분을 조절하며 극동지역 개발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복구 사업을 위해 북한의 노동력을 시기적절하게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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