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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의 연금개혁 이야기] 정부 연금개혁안, 제대로 이해하고 국정감사 질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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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0. 0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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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로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정부 연금개혁안에 대한 비판들을 열거해 보면 이렇다. "시민대표단의 '더 내고 더 받자는 국민적 합의'에 역행하는 내용이라 수용하기 어렵다." "세대별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연령별 차등보험료 부담'은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다." "공적연금 강화 측면에서 볼 때 '연금을 자동으로 깎으려는 자동조정장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상을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이 이런 비판을 접하게 되면 마치 정부가 시민 결정에 어깃장을 놓는다고 생각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 등이 언급한 정부안이 "국민적 합의에 역행한다"는 주장부터 평가해 보자. 국회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 다수가 학습 이전보다 후세대에 더 덤터기를 씌우는 안을 선택한 배경에는, 핵심자료를 삭제하고 시민대표단을 학습시켰기 때문이다. 시민대표단 다수가 선택한 '소득대체율 50%-보험료 13%' 안은 2005년생(14.8%)과 2035년생(36.1%)의 생애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이 21.3%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시민대표단은 이 중요한 정보를 모르고 결정했다.

처음 학습자료에 있던 내용을 폐기하고 새로 만든 학습자료에는 이 내용이 빠져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여의도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김세연 전 국회의원은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시민대표단 학습자료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함으로써 오판을 유도했다면 이건 사실상 범죄행위와 다름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민대표단 결정을 따르라는 정치권 주장은, 범죄행위가 될 수도 있는 사안에 동조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을 떠나, 30년 만에 생애 보험료가 21.3%포인트(2.4배)나 차이 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야말로 '세대 간 갈라치기'가 아닌가? 태어나지 않은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면서도, '공적연금의 작동원리는 세대 간 연대'라고 포장하고 있어서다.
"'세대 간 차등부과'를 도입한 국가는 아직 없었다"라며 정부안을 비판하는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국민연금 국가지급보장 명문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연금 사각지대가 광범위하여, 좋은 직장에 오래 다니는 사람에게 국민연금 혜택이 집중되는 우리 현실에서, 후세대에 보험료를 훨씬 더 부담시키는 국민연금 개편을 '연금개혁'이라고 칭한다. 정부 재정 안정조치는 반대하면서, 결국 미래 세대에게 세금 폭탄으로 떠넘겨질 지급보장을 명문화하자고 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핀란드 보험료 차등 부담 사례를 김선민 의원에게 제출했다고 하니, 김 의원의 전 세계에 사례가 없다는 주장도 잘못됐다. 사례가 없으니 하지 말자는 주장은, 독일이 처음 연금 도입할 당시, 전례 없으니 하지 말자는 논리와 같다.

정부안을 실행에 옮길지라도 (이미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 대비 부족한 액수를 의미하는) 미(未)적립부채는 계속 늘어난다. 최근 연금연구회 세미나에서의 전영준 한양대 교수 발표에 따르면, 정부안을 실행에 옮길지라도 미적립 부채는 GDP 대비 64.4%까지 늘어난다. 수지균형 보험료인 20.7%보다 7.7%포인트를 적게 부담해서다. 그런데 세금까지 더 넣으라고 한다. 그 세금은 누가 주로 부담하나? 대부분 젊은 세대와 후세대 몫이다. 이야말로 세대 간 갈라치기 아닌가? 현세대 연금 지급을 위해 후세대를 희생시키자고 해서다. 주요 선진국은 부담한 만큼만 연금을 받도록 개혁했다. 낸 만큼 받게 고쳤다.

정부 제안의 자동조정장치가 제일 늦게 작동하는 시점은 30년 뒤인 2054년에 가서다. 1999년에 도입한 스웨덴보다 55년 뒤, 일본·독일과 비교하면 50년 뒤다. 이런데도 정부가 연금 깎는 일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나라에 비해 50년이 더 지나서도 도입하지 못한다면, 그 나라가 존립할 수 있을까? 그것도 인구 구조가 제일 나쁜 나라에서 말이다.

6차 연금연구회 세미나에서 옥동석 인천대 명예교수는 '공유지의 비극'을 강조했다. 중세시대 왕이 통치하던 시절의 가치관으로 무조건 국가가 책임지라는 주장들을 비판한 것이다.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국가'는 우리 개인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보험료가 부담된다고 국가가 책임지라고 하는데, 그 국가는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중세시대 왕에게 요구했던 방식으로 민주 공화정에도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독 '공유지의 비극'이 심한 이유는, 포퓰리스트와 선동꾼들이 연금논쟁에 참여해서인 것 같다.

2003년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 야당의 반대로 연금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인 2004년, 노무현 정부의 국정 신문(1992-2004)에 게재되었던 필자의 기고문인 '연금 복지선진국은 어떻게 하나'를 인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구석기 시대에서도 통하지 않을 이유를 들어가면서 정부안을 비판부터 하는 우리 정치권이 음미해 보아야 할 것 같아서다.

"2003년 오스트리아의 쉬셀(Wolfgang Schussel) 총리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의 골자는 연금수급 개시연령은 늦추고 보험료 납부기간은 늘리되 조기퇴직은 억제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조합주의 전통이 강한 오스트리아의 노조는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에 항의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서 연금개혁안을 제출한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오스트리아 정부는 야당에 대체 연금개혁안을 주문했으나, 향후 예상되는 고령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 개선 방향이 다름 아닌 정부의 개혁안이라는 야당의 입장표명으로 인해 극심한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04. 6. 11.)"

이제 야당도 국정감사에서 정부안을 비판만 하려 하지 말고, 후세대에 전가하는 부담 규모는 줄이면서도 노후소득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보기 바란다. 단, 팩트에 어긋나는 내용에 근거하여 국민과 언론을 선동하려 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조만간 시작될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 발언 하나하나를 주목할 것이라는 점도 명심하기 바란다.

윤석명 (보건사회연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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