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자의 캐비닛] ‘위험천만’ 운전 중 영상 시청…경찰 단속도 어려워

운전자 인식 변화와 기술적 해결책 필요
단속 어려움에 개인정보 침해 우려까지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운전 중 영상을 시청하는 등 차량 운전자의 전방 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휴대용 스마트기기와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 등의 발전이 차량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 중 영상 차단 등 실효성 있는 대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과속운전을 하다가 두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공무원 A씨가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 강원도 횡성군의 한 교차로에서 과속주행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86)와 그의 며느리 C씨(59)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C씨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목숨을 잃었다. A씨는 사고 발생 6초 전부터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고 있던 피해자들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전방 주시를 게을리 해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 과속주행했다. 당시 A씨는 게임 관련 유튜브 영상을 재생한 채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돼 있다. 하지만 단속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사고유발에 대한 죄의식 없이 운전 중 영상을 시청하기도 한다. 경찰의 현장 단속에도 정확한 영상 시청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무인 단속 장비의 경우에도 차량 내부 촬영 각도와 기술적인 제약으로 휴대폰과 같은 기기의 작은 화면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특히 운전자가 차량 내에서 하는 행동을 촬영하거나 감시하는 건 개인정보 침해 문제 발생 소지도 있어 단속을 적극적으로 하거나 기술 도입도 제약이 따른다.

운전자들의 인식도 문제다. AXA손해보험이 만 19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1400명을 대상으로 '2023 운전자 교통 안전 의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행 중 휴대전화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7명 이상(76.7%)에 달했고, 이 중 영상을 시청한다는 응답자는 16.7%나 됐다.

전문가들은 운전 중 영상 시청의 법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사고 유발을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교수는 "경찰이 운전자의 영상 시청이나 휴대폰 사용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운전자가 위험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제하는 것만이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정부 등은 운전자의 인식을 제고하고, 통신사에 사회적 책임을 부과해 기술적으로 운전 중 영상 재생을 차단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