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실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치’의 막무가내도 필요하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2010005971

글자크기

닫기

최성록 기자

승인 : 2024. 11. 26. 06:00

실물 경제의 대표는 대기업이지만 협력사와 중기 역할도 중요
미국, 중국, 유럽 자국 기업 우선주의...우리도 뒤처지지 말아야
최성록 기자
2020061501010010862
최성록 중견·중소기업부 부장
모터스포츠의 정점으로 꼽히는 포뮬러 1 월드 챔피언십(F1 그랑프리). 이곳에선 실력과 돈, 심지어 운까지 3박자를 갖춰야만 '참여'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1년 동안 24라운드에 걸쳐 진행되고 자동차가 달려야 할 거리는 총 800km에 달한다. 드라이버는 경주차로 최고시속 350km, 평균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려 순위를 겨룬다. 자칫 큰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위험이 따르지만 경기에 우승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드라이버에 집중된다. 레이서들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동시에 최고의 도전으로 통한다.

실제 우승자는 국가 행사에서 최고 지도자에게 초청받거나, 기사 작위도 받는다. 올림픽 개막식 때 대표로 나서 오륜기를 들고 나올 때도 있다.
이 같은 명예 말고도 뒤 따라 오는 천문학적 액수의 부...목숨을 걸고 달리는 이유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F1은 팀 스포츠다.

참여하는 주전 선수는 2명이지만 팀은 평균 500여명, 많을 때는 800여명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과학자들과 엔지니어, 매니지먼트 관계자 및 요리사, 수행원 등 다양하다.

이들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드라이버를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이런 조직원들의 희생과 헌신, 기술과 노력이 없다면 절대 우승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실물경제는 F1 선수단과 닮아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드라이버는 삼성,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다.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 아래 이들은 국제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때로는 선배였던 미국, 일본기업을 추월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이 잘 나가기 위해서 보이지 않은 곳에서 어쩌면 더욱 열심히 움직이는 팀원들이 있다. 수만에 달하는 협력사들과 정부다.

특히 오늘날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미국과 유럽을 보자. 행정부와 입법부가 아예 손을 잡고 자국 첨단산업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에 나서는 중이다.

미국의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은 2022년 일찌감치 작동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역시 각각 유럽 반도체법, 메이드인차이나 2025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거론됐던 우리나라의 반도체법은? 이제 갓 국회 문턱을 넘었을 뿐이다. 그마저도 완전치 않은 상태다.

삼성을 살리고, 현대차만 키워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 실물경제의 활로를 터줘야 한다. 이미 전 세계는 자국 첨단산업을 살리기 위해서 '대놓고 밀어주기'도 마다 않는다. 대기업이 살아야 협력사도 살고 소상공인들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우리'를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점잔 빼며 "정부가 굳이"라는 자존심은 '낙오'로 직결된다.

이미 늦었다. 대한민국 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막무가내 식 행정, 막가파식 지원이 필요하다.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다. 미국·중국·유럽 모두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가장 큰 이유가 뭐라 생각하는가. 자국 우선주의가 아니었나. 지난날 이기주의로 불렸는 개념은 오늘날에는 애국이다.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건 정치다. 결국 위정자...당신들이 나서야 한다.
2024030701010003922
영암 F1자동차경주장 전경./제공=영암군
최성록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