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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권한대행을 호칭할 때 붙는 수식어에는, 국가 수장 부재에 따른 1인 4역 체제라는, 현재의 복잡한 정국 상황과 어지러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계엄 사태 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로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이어진 탄핵소추로, 권한대행의 대행체제가 현실화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속에서, 이제 국가원수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건마저 발생하면서 '정국 안정'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같은 민심일랑 아랑곳하지 않고 긴장감을 부추기며 강 대 강 대결을 이어가며 국민적 불안감만 증폭시키는 형국이다. 계엄사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시키며 이른바 불필요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어서다.
실제 야권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 탄핵심판이 열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유보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을 소추했고, 국무위원에 대한 '릴레이 탄핵' 가능성을 흘리며, 가뜩이나 정치적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들의 심기를 거스르며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여권 역시 이같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시간벌기 전략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과 국회 등은 헌법재판소의 9인 재판관 구성 전제 규정에 대해 이를 실행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갖는다. 이를 방기하거나 지연할 경우 헌법기관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돼 헌법 질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헌법재판관 정원 유지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헌법적 기능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한국법학교수회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3차 시국성명서'에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보류 또는 거부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누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든,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들은 지체 없이 임명돼야 한다. 재판관 임명은 헌정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원수의 공석에 따른 탄핵정국의 장기화를 막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현재 1인 4역을 맡고 있는 최 권한대행은 지난 29일 무안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맡은 상황이다.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이번 참사는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빈자리를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 일각에선 "권한대행이 사고 현장을 방문하는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자조 섞인 푸념마저 나온다.
새해를 앞둔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는 오늘도 여야의 날선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정국이라지만, 여야가 외치는 '민생경제 회복'이 진실로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정쟁 대신 합치에 나서는 대승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가 내치에 힘쓸때 국민 불안은 경감되고 조속한 국정 안정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