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규모 동일 가정 시 환율 상승하면 부담 커져
제주항공은 연말 참사로 성수기에 항공편 줄여
코로나로 인한 초유의 위기를 견뎌낸 지 2년만에 국내 항공사 '빅3'의 외화부채는 10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항공기 구매나 리스, 항공유와 정비비, 보험료까지 상당액의 거래가 미국 달러로 이뤄지는 국제적인 거래 구조가 이유다. 환율 리스크를 넘어서려면 그 이상으로 장사를 잘해야 하지만 국내 항공업계는 제주항공 참사가 겹친 상태에서 겨울 성수기를 보내게 됐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의 순외화부채 규모는 총 8조418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현재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더 불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그새 외화부채 자체를 줄였을 수도 있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부채를 줄인 데 대한 효과를 봤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항공업계는 파생상품 등을 통해 환율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앞세우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볼 때 외화환산손익과 파생상품손익이 상계돼, 외환 관련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향후 환율 변동 시에도 손익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 금액은 각 항공사가 보유한 단기금융상품 등 현금성 자산보다도 큰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관련 자산은 5조6530억원, 아시아나는 1조4515억원, 제주항공은 2179억원이다. 총 7조3224억원 수준이다.
각 항공사는 환율 변동에 따라 세전 순이익 및 자본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을 보고, 아시아나는 환율이 10% 오를 때 3645억원의 세전순이익이 감소한다. 제주항공의 경우 환율이 5% 상승 시 외화금융부채가 232억원 늘어나는 구조다.
고환율이 항공업계에 더욱 충격인 이유는 최근 5년간 정상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2020~2022년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는 화물사업으로 여객의 빈 자리를 메우긴 했으나, 제주항공은 이 기간 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 및 당기순손실을 내다가 지난해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발생한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는 실적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이달 6일부터 오는 3월 29일까지 운항량을 감축해 운항 안정성과 정시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예고된 감축량은 총 1900편이며, LCC(저비용항공사)로서는 수익성을 책임지는 일본, 동남아 등이 그 대상이다. 이달은 설 연휴가 겹쳐 동남아, 일본 같은 단거리 국제노선의 수요가 높은 시기다. 제주항공 측은 감축 계획을 밝히면서 "현재는 실적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산업계에서는 최근 상승한 환율이 기업의 예측치를 벗어나 원자재 조달비용 증가, 해외투자 비용 증가, 수입결제 환차손, 외화차입금 상환부담 증가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사업 계획 수립 시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