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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탄핵정국과 공무원 보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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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03. 05. 18:00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 24.3대 1
점심 식사를 마친 공무원 등이 2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형
탄핵 정국 속에서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크다. 혹여라도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은 '죽은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눈치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나 논란이 큰 사업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정책 담당자가 감사나 수사로 고초를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한몫한다.

공직사회에 팽배한 복지부동, 보신주의는 국정운영 중추부처이자 재난안전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행안부)도 예외 아니다. 부처마다 중요 정책 추진에 앞서 기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정책설명회를 갖는다. 횟수자체도 문제지만 내용 측면에서도 복지부동, 보신주의 향기가 짙게 느껴진다.

행안부가 올 들어 지금까지 실시한 기자 대상 정책설명회는 5차례다. 보통 한 주에 한 번 또는 격주로 진행되는데, 설 명절 기간을 고려하면 정책설명회 횟수 자체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다만 설명회 사안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상기후에 따른 폭설·강풍 대응, 겨울철 빈발하는 선박사고 방지대책 등 동절기 현안인 재난안전분야가 대부분이었다. 당장 해야 할 일이고,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인 만큼 '뒷일' 걱정은 없는 업무다. 하지만 국가행정사무, 내정과 지방자치 등과 관련한 정책설명회는 1회에 그쳤다. 그나마 그마저도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성과를 알리는 자리였다. 시행 2년차를 보낸 고향사랑기부제가 전년대비 나름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덕분에 정책설명회를 여는 데 부담이 적었을 것이란 게 기자들 사이 평가다.

재난담당 공무원도, 내치담당 공무원도 모두 행안부 공무원인 만큼 겉으로 보기엔 행안부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꺼풀 뒤집어 보면 재난담당 공무원들이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는 상황인 까닭에, 걷고 있는 공무원이 있어도 행안부 전체적으로는 분주해 보인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정책설명회가 부처 업무 평가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정책설명회를 실시하지 않은 부서라도 많은 공무원들이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하고 있다. 다만 공무원은 자신이 만든 정책의 1차 전달자가 언론이고, 언론은 전달받은 정책의 내용을 가지고 공무원들이 현상유지에 집중하는지 또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공무원들은 거센 외풍이 불면 몸부터 사린다. 일종의 자기보호 본능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몸 사릴수록 중요한 민생 정책은 그만큼 추진 동력을 상실한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그간의 혼란을 수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정책 추진은 뒤로 밀릴 수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더 문제다. 조기대선 체제로 접어들면 정부 정책은 '올스톱'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더 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책임질 일도 없다'는 게 공무원사회의 불문율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무원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만큼 국민들은 힘들어진다. 현상유지보다는 새로운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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