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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대한민국 1등 기업 ‘수장’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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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승인 : 2025. 03. 31. 16:11

최지현
지난 3월 25일 저녁 7시 56분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검정 바탕에 하얀 한국어로 '마크 저커버그'라 쓰여진 근조화환이 내걸렸습니다.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지 한나절 만에 미국 빅테크 기업인 메타 CEO가 애도의 뜻을 표한 겁니다.

저커버그와 한 부회장의 공식적인 만남은 2022년 10월입니다. 당시 두 사람은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 아메리카에서 VR 사업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VR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제품을 개발·생산하려던 저커버그가 기기 제조 분야 강자인 삼성전자에 손을 내민 상황이었습니다. 이 자리는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의 수장을 맡고 있던 한 부회장과 저커버그의 대화를 중심으로 흘러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부회장의 죽음은 단순한 전문경영인의 공백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한 부회장의 부재(不在)로 그간 그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무대 앞뒤에서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경영인끼리 맺는 친분은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기업 간 협업을 잇는 가교가 되기도 합니다.

글로벌 대외활동에서 파트너와 라이벌을 가리지 않는 이재용 회장은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말했습니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간 끈끈한 관계 구축이 기업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는 뜻입니다. 이 회장이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인 '디시 네트워크'로부터 조 단위 수주를 따내기 위해 찰리 에르겐 회장과 5시간 동안 단둘이 북한산 등반에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룹 총수와 함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을 지새워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자리, 그게 삼성전자 CEO입니다. 한종희 부회장이 2022년부터 3년간 짊어진 '직(職)'의 무게이기도 합니다.

갑작스럽게 별세한 한 부회장을 대신할 후임 수장으로 노태문 MX사업부장 등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누가 후임자가 됐든 삼성전자를 넘어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경영인이라는 무게를 짊어져야 할 겁니다. 한 부회장의 '빈 자리'를 메울 능력 있는 차기 DX부문장을 기대해 봅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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